김형주,《승부》

영화를 보고 느끼는 감상(鑑賞)

by 동글
common.jpg?type=w966


靑, 取之於藍, 而靑於藍;冰, 水為之, 而寒於水。

청은 쪽에서 뽑아내지만 쪽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로 만들지만 물보다 더 차다.

- 『순자(荀子)』 권학편(勸學篇)


청출어람(靑出於藍).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었을 때, 이를 칭송하며 일컫는 사자성어다. 기꺼이 제자의 초석이 되는 스승, 그리고 그 위로 새로운 푸름(靑)을 칠하는 제자. 노력과 배움을 통해 본래보다 더 뛰어난 결과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유학(儒學)의 핵심 가치라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새로운 푸름(靑)을, 쪽풀(藍)만큼은 전적으로 기뻐할 수 없다. 물론 누군가 기쁘냐고 묻는다면, 기쁘다고 답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승자의 등장은 곧 새로운 패자의 등장을 의미하기에, 다른 한편으로 씁쓸한 감정이 든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알량한 자존심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범인(凡人)일 뿐, 성인(聖人)이 아니다. 영광과 굴욕이 교차하는 그 순간, 자랑스러움과 졸렬함을 함께 느끼며 인간적인 괴로움을 느낄 뿐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아는가? 쪽풀(藍)은 애초부터 그 성질이 고한(苦寒)이다. 즉 차고, 쓰다. 쪽풀(藍)에서 뽑아낸 청색이 그토록 푸르고 찬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글을 이 세상의 모든 스승들에게 바친다.


common_(1).jpg?type=w966
keyword
이전 08화드류 행콕,《컴패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