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THINK-ACT
전략은 숫자가 아닌 '관점 전환'으로 시작된다. 필자가 개발한 SEE-THINK-ACT 워크숍은 팀이 공감력, 질문력, 실행력을 순서대로 훈련하는 3단계 프로그램이다. 이 글에서는 그 핵심 콘셉트인 ‘스파이 훈련장’을 왜 적용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참여자들이 데이터 해석부터 전략 실행까지 완전히 새로운 시야를 얻었는지 공유드리려 한다.
작품 하나하나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배우를 존경한다. 라미 말렉(Rami Malek) 배우가 특히 그렇다. <미스터 로봇(Mr. Robot)>라는 넷플리스 작품에서 낮과 밤이 다른 사이버 보안 회사원으로서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말 못 할 과거의 아픔과 해커로서의 역량, 자본주의 사회에서 느끼는 증오, 희열,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리고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에서 찰떡같은 프레디 머큐리 (Freddie Mercury)로 변신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영국 악센트 교정은 물론 노래 수업까지 들었다고 한다. 제임스 본드 영화의 <No Time to Die>에서 절절한 아픔의 악역으로 말렉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작품 하나하나를 위해 새로운 역할의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그 역할을 잘 소화해 내기 위해 극단적으로 '메소드 연기'로 헌신하는 분들 중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Richard Gere)를 들 수 있다. 작품을 위해 진짜 길거리에서 노숙자로서 자연스럽게 촬영했다고 한다.
"We shot for 45 minutes. No one paid me any attention. Some people put some money into my cup. They did not make eye contact. I think I made about two and a half dollars. I was very unsuccessful as a bum on the street."
[45분 동안 촬영했는데 아무도 신경 안 썼어요. 몇몇 사람들이 제 컵에 돈을 넣어줬죠. 눈도 안 마주치고요. 아마 2달러 50센트 정도 벌었을 거예요. 거리의 부랑자로서 정말 실패했죠.]
"It was an incredibly profound experience. In my life there are a lot of expectations. I’m a movie star coming here. The same guy on a street corner with a coffee cup, no one pays any attention to. [...] If anything the guy on the street corner is probably closer to who I really am than the movie star in a tuxedo on a red carpet."
["정말 심오한 경험이었어요. 제 삶에는 기대가 너무 많아요. 저는 영화배우로서 이곳에 왔지만 길모퉁이에서 커피컵을 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 남자와 다를 바 없죠 [...] 어쩌면 바로 길거리의 그 남자가 레드카펫에 턱시도를 입은 영화배우보다 제 진짜 모습에 더 가까울지도 몰라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하는 노력은 얼마나 할까?
공감을 통해 더욱 효과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위해 만든 것이 바로 스파이 훈련장 경험이다. '나'의 본모습을 숨기고 새로운 아이덴티티로 시크릿 미션을 수행하는 스파이가 전략 수업에 도용하는 데 신선하고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역할의 옷을 바꿔 입어야 하는 배우들만이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가 모두 세일즈맨이라면 우리의 고객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그렇게 타인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세상 모든 이들과 더 평화롭고 이롭게 공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나온 결론이다. 이것이 필자가 '세계 평화'라는 크디큰 목표에 작게나마 기여하는 방식이다.
필자가 개발한 SEE-THINK-ACT 3단계 워크숍 시리즈에 대해 설명해보려 한다. SEE-THINK-ACT는 시각 전환 → 질문 설계 → 실천 방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미래 전략의 첫 번째 단계이다. 다를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단순한 생존이 아닌 번창하려면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
사진 촬영할 때 카메라 각도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르고, 또 이것이 감정 유발에도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영화에서 관점을 다채롭게 활용한다. 보통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시야 영역(field of view)은 좌우로 200도, 위아래로 135도 정도다. 눈이 뒤에도 달려있지 않고서야 360도는 아니다. 제한된 시야에서 실제로 우리가 경험하고 인지하는 세상도 제한되어 있다. 뇌가 정보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꿈, 우선순위, 과거 경험, 선입견, 감정 등 다양한 이유로 정보가 걸러진다. 무의식적으로 필터링이 된 상태의 세상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라도 관점을 바꿔보려고 하지 않으면 뇌 예상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
같은 데이터도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시간 변동에 따라 수치가 증가하는 선 그래프를 보더라도 누구는 '증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누구는 '가장 최근' 수치에 초점을 맞춘다. 각자 보고 싶은 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보고 싶은 것이 다른 이유에 대한 공감이 상대를 알아가는 첫걸음이다.
계속해서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리더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공감'에만 머무를 수 없다. 공감으로 확장된 영역을 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다음 그래프를 봐보자.
24시간 동안 메시지 개수를 수치화한 그래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그래프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질문을 다 해보자.
'아침 5시부터 급격히 올라오는 게시판 메시지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직원 수가 충분한가?
'점심시간 동안 잠깐 하락한 것이 시스템 오류인가?'
'밤 6-8시 정도가 피크 타임인 이유가 뭘까?'
'이후 보통 고객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랑 겹치는 시간대에 급하강 하는 것일까?'
위와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직원'이나 '고객'이라는 단어를 쓴 것으로 보아 게시판 또는 SNS관리하는 회사 경영인 정도로 짐작할 수 있다. 만일 유명 가수의 팬클럽 운영자가 이런 데이터를 본다면 어떤 질문을 할까?
시각 전환의 예: 위의 예로 보인 네 가지 질문의 의도가 보이는가? 만일 '메시지(messages)'라고 표현한 것이 우리 서비스를 향한 고객들의 '관심'으로 본다면 그 해석이 어떻게 달라질까? 만일 관심이 아닌 수정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로 본다면 어떤 해석을 하게 될까? 이것이 마케팅 팀장이나 IT 요원은 어떻게 해석할까? 회사 변호사 측은 어떤 관점으로 볼까?
미래 설계의 예: 이 질문들을 토대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진행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성공적인지 확인하려면 필요한 데이터는 무엇이며, 어떻게 그릴 수 있는가? 우리가 목표하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만한 우선순위 데이터는 무엇인가? 실패할 확률을 가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실질적으로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한테 의견 발표는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다양한 관점을 분석하며 질문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소통의 원활화다. 소통을 통해 타협점을 찾고 공통적인 목표를 위해 가장 임팩트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소통과 실천이 앞으로 한 팀의 리더로서 계속해나가야 할 중요한 임무이다. 효율적인 실천을 위해 데이터기반 의견 발표도 듣는 이의 입장에 맞게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다. 더불어 한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협동하다 보면 그들이 새로운 방안이나 정책을 더 잘 받아들일 확률이 크다. 이미 자신들이 의견 제시를 해왔고, 그만큼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되며, 이제 실천할 때 저항할 필요가 없어진다. 나중에 그 실천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나 피드백을 또 다른 데이터로 보고 (SEE) 계속해서 전략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SEE-THINK-ACT는 돌고 도는 물레방아 같은 순환 과정이다. 환경(environemnt)과 '나' 사이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소통이다.
최근 창업자들을 위해 맞춤형 제작한 워크숍을 맞보기 예로 들어보겠다.
에모리대학교 참가자들이 의공학 계열의 전공이 많은 것을 확인하고 가장 적합한 '사업'을 생각해 냈다. 실제 학교에서 나온 연구 보도에 기반하여, 사용자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분석하여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어플을 만드는 스타트업으로 기획했다.
CEO만 생각하는 창업자들이 만날만한 다양한 팀원들로 구성된 가명들을 준비했다. 그리고 워크숍 당일 참가자들이 각자 다른 아이덴티티로 지정되었다. 지정된 역할에 대해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페르소나(persona) 개발하는 첫 번째 미션 수행의 시간을 가졌다. 실존 인물이건 상상해 낸 인물이건 그 역할로서 활동하는 참가자가 직접 성격과 배경 지식을 선정하는 것이다. '투자자'의 역할의 한 참가자가 본인의 이름을 'Rich Dollar'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웃음을 자아낸 것이 기억에 남는다. 모르는 누군가가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무엇을 중요시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고객 페르소나를 창조하는 고객 발굴의 과정에도 유용하다.
고객을 불분명한 하나의 집단으로 뭉뚱그려 생각하는 것이 아닌 특정 '한 사람'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실제로 워크숍 참여자들이 이 부분을 가장 뜻깊어했다. 우리가 잘 모르는 고객이라면 메소드 연기를 도용해 볼 수 있다. 그 고객의 관심사를 찾아보고 그가 자주 드나들만한 곳에서 관찰하며 더 깊이 알아보는 과정이다.
참가자들이 수행한 두 번째 미션은 회사 관련 데이터를 각자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소통하며 구체적으로 제품 출시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이을 위해 홈페이지 광고부터 신문 기사, 내부 데이터 등 다양한 자료를 필자가 직접 제작했다. 이런 창작 과정이 참 재밌게 느껴진다. 참가자들이 다양한 관점을 상대하고 느끼게 하는 점에 대해서도 흐뭇하다. 끝나고 참가자들이 후기로 이렇게 적어주셨다.
"I felt bolder - powerfully capable of commanding a meeting and bringing our shared vision to life through strategic communication." [저는 더욱 대담해졌다고 느꼈습니다. 전략적 의사소통을 통해 회의를 지휘하고 우리가 공유하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We explored how different stakeholders interpret the same data, unpacked assumptions and biases, and learned how to turn surprising data into strategic insights." [우리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동일한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아보고, 가정과 편견을 풀어내고, 놀라운 데이터를 전략적 통찰력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You could feel the buzz in the air. Everyone was energized, curious, and ready to engage with material that, in less capable hands, might have felt abstract or overwhelming." [공기 중에 활기가 느껴졌습니다. 모두가 활기차고 호기심이 넘쳤으며, 덜 능숙한 사람의 손에는 추상적이거나 압도적으로 느껴졌을 법한 내용에도 기꺼이 참여했습니다.]
전략이 막히는 진짜 이유는 ‘데이터 부족’이 아니라 ‘관점의 한계’이다. 단 한 번의 참여로, 팀의 질문이 달라지고 실행은 외압이 아닌 내재적 동기로 움직인다.
→ 내부 팀 맞춤형 워크숍 문의 및 신청: nuri@goalsunhindere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