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장례 마지막 이야기. 해탈천도

by 옹달샘

할머니의 종교는 원불교다. 때문에 나는 할머니의 해탈천도를 기리며 마지막 기록을 남긴다.




화장을 하는 데에는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들어가실 땐 커다랬던 할머니가 나오실 땐 사기그릇 안에 담겨 조그마하게 나오셨다.

믿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들었다. 그 그릇에 왜 우리 할머니가 담겨 나와야 하는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고 어딘가에 할머니가 계실 것 같은데 이젠 정말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시각적으로 인정이 되니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도 당시 나의 상태가 상황판단이 흐렸기 때문에 그때는 지난 새벽을 꼴딱 새운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니까.


나름의 회피를 하며 화장터에서 마지막 여정지 납골당으로 가는 차에 올라탔다.

이젠 할아버지 옆에 똑같은 모양을 하신 할머니가 앉아계신다. 두 분이 자동차 데이트를 두 시간 정도 하셨는데 귀여우면서 뿌듯하고 그랬다. 이게 뭔가 하는 붕 뜬 마음과 짠 한 마음도 동시에 있었다.

나는 차량의 중간에서 앞정도에 앉았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엔 엄마 아빠가 앉았다.

가면서는 별 다를 거 없이 깨며 졸며 그렇게 갔다.

도착하니 한 시쯤 되었나, 원불교 납골당이라 납골당 교무님도 계셨고 우리 할머니가 평생을 다니시던 동네의 교무님도 도착해 계셨다.

그리고 우린 차에서 내려 안내에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 장례식장부터 화장터를 거쳐 납골당까지 이동하는 모습은 같았다. 할머니의 사진을 든 오빠가 가장 앞, 그다음은 유골함을 든 친척동생.


하지만 사실 유골함에는 아직 할머니가 제대로 담기시지 않은 상태였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들어가니 할머니를 함에 넣는 절차를 가졌다.

굉장히 고요한 공간 속에서 또다시 직업명은 모르지만 유골을 다루시는 분이 종이포일 같은 곳에 고와지신 할머니의 뼛가루를 옮겨 담았고 또 함으로 옮겨 담았다. 뼛가루는 완전한 하얀색은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약간 회끼 도는 회색 80% 하양 20%의 색을 가지셨고, 할머니는 아이보리 색을 띠셨다.

그분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옮겨 담는 데 밀가루처럼 곱고 가벼워진 할머니 할아버지가 공중으로 막 날렸고, 솔직히 그게 썩 맘에 들지 않았다. 우리에겐 정말 소중한 가루 하나하나인데, 그 가루가 곧 할머니이고 할아버지인데 옮겨담으면서 공중으로 사라져 버리는 가루들을 손으로 잡고 싶었다.

아깝다는 생각과 소중히 다뤄주시지 않는 건가 라는 서운함도 들면서 그분의 실력이 출중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렇게 다소 충격을 안긴 이관식은 끝이 났다.

그리곤 자리를 옮겨 장례식부터 하루에 세 번씩 있었던 장례기도, 그 마지막 기도를 했다.

할머니와 종교가 같지 않은데 이젠 나도 장례기도를 외우고 있는 게 신기했다. 종교의 힘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젠 왜 그리 사람들이 종교에 믿을을 주는지 알 것 같다. 종교의 힘은 내가 살아있을 때보단 내가 죽은 후 더 의지되고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열심히 믿고 공부했기에 분명 좋은 곳에 가셨을 것이라는 안정감과 안도감 그리고 그 확신이 이번 할머니의 장례를 이겨내는 데에 많은 힘이 되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오래전 맡아두신 자리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을 잡고 이동했다.

늘 풀과 함께 사시던 납골에 들어오신 할아버지가 낯설기도 했고 우리 할머니가 저 통 안에 들어서 저기에 계시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납골당은 아직 피하고 싶은 곳이다. 할머니의 육체, 그 육체가 주는 안정감이 나에겐 정말 큰 의미였는데 모래 한 줌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할머니를 납골자리에 안치시킨 후 유리문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개인별로 가졌다. 그때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의 유골함을 쓰다듬었는데 할머니의 유골함이 따뜻했다.

'온기' 마치 할머니가 살아계신 것 같았다. 할머니가 춥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할머니를 느끼는 마지막 체온 같아서 좋았다. 한편으로는 두 시간 가까이 오는 길에도 식지 않고 따뜻하게 유지됐다는 사실이 '얼마나 뜨거우셨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할머니는 감각을 상실하신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했기에 혼자만의 걱정과 슬픔으로 끝낼 수 있었다. 나에겐 당장의 따뜻한 할머니가 더 좋았다.

며칠 전 화장을 하신 할아버지는 이미 차가워지신 후였다. 그래도 두 분이 함께 계셔서 이젠 두 분 다 추위를 느끼시지 않을 것이라 기도해 본다.


할머니와의 인사를 마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었던 장례가 끝이 났다.

돌아보니 일주일이 흘러있었다. 여행도 가지 않았고 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할머니를 찾아뵙는 발랄한 나날도 되지 못했다. 아주 슬프고 특별한 연휴였지만 또 연휴라서 다행이었다. 게다가 특별하게 긴 연휴가 더욱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할머니 곁에 오랫동안 지키면서 오로지 할머니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으니까.


어쨌든 이제 현실로 돌아왔고 나는 평소와 같은 삶을 살아간다.

할머니와 하루 세 번은 통화를 했던 아빠의 일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하고 허전할 것이다.

나도 나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가 온다면 그 슬픔을 어찌 감당할지 감히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 할머니의 죽음을 지켜보고 보내드리며 생각보다 내가 어른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장 5년 미만 전까지만 해도 죽음 앞에서 징징대는 아이였는데, 나는 생각보다 슬픔을 절제할 줄고 알고 내 슬픔보단 사회적 절차에 집중하고 우리 할머니를 찾아와 주신 사람들을 먼저 생각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할머니를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었다는 걸 제대로 알게 되었다.

종교의 힘, 그리고 사람의 힘 그리고 가족의 힘. 그 외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새로운 깨달음을 정말 많이 얻고 진짜 어른이 되는 큰 계단을 하나 올라서게 됐던 시간이었다.


다시 각성하지만, 온기가 있을 때 더 표현해야 하고 더 사랑하고 더 온 감각으로 서로를 느껴야 할 것이다.

할머니, 정말 사랑했고 앞으로도 우리의 소중했던 기억 잊지 않고 찾아갈게요. 사랑해요!



9화. 번외) 가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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