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관식 이어서 ...
그리고 마지막은 나.
입관 전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할머니께 한마디 할 시간을 가졌다.
우리 오빠부터 차례로 할머니와의 마지막 둘 만의 이야기를 나눴고 사실 오빠의 동생이니 내가 두 번째어야 했지만 선뜻 이렇게 큰 슬픔을 감내할 자신이 없었다. 동시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 감정 그것도 이렇게 슬픈 날것의 감정을 드러낸다는게 여간 보통 용기를 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하고 싶지만 머뭇거리며 순번이 지나가고 있었고, 증학생 동생들의 차례가 끝나고 작은 고모가 나에게 한마디 하라며 알림을 주었다. 용기를 냈고 분명 이 순간을 지나친다면 후회할 걸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리곤 용기를 내서 할머니 앞으로 걸음을 뗐고 내가 인간대 인간으로서 가장 할머니께 하고 싶었던 진심의 마지막 말을 건넸다.
"할머니, 이제는 농사도 하지 말고 일하지 마시고 걱정도 마시고 예쁘게 화장하고 매일 좋은 곳에 놀러 다니세요, 사랑해요"
마지막은 나의 할머니보단 나의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대해드리고 싶었다. 할머니는 늘 장군같이 일도 잘하셨지만 내면에는 예쁜 걸 좋아하는 소녀셨으니까. 예쁜 옷도 좋아하시고 남들의 예쁜 것들을 부러운 눈으로 보셨으니까. 마지막 한마디가 진심이었다.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예쁜 것만 보고 놀고 힘들지 않게 사시길 바라는 마음. 하늘에서 할머니가 구름 위의 인생을 만족하시며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모두와의 인사를 끝내고 노잣돈을 꽂아드리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여럿이 할머니를 관 안으로 모신다. 마지막 묵념을 마치고 뚜껑을 덮는다. 그리고 힘이 센 가족들이 할머니가 모셔져 있는 관을 들어 다시 우리가 안 보이는 서랍 같은 공간으로 들여보낸다.
여기까지가 입관식의 이야기.
나는 할머니가 들어가시는 마지막 모습까지 유리문 밖에서 지켜봤다. 차마 가시는 모습을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법처럼 입관식 이후부터 내 마음이 차분해졌다.
오히려 할머니의 편안해 보이시는 모습과 예쁜 모습을 뵙고 나니 마음이 안정되면서 우리 할머니가 비로소 좋은 곳에 가셨고 더 이상 편찮으시지 않으시구나. 이제는 고통 속에서 벗어나서 말 그대로인 꽃길만 걸으시겠다는 확신이 섰고 그 순간부터 하루 세 번 있는 기도시간에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다.
입관 전까지는 내 슬픔의 방향성과 이 슬픔의 끝을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면
마지막 모습을 뵙고 난 후 길이 보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가시는 그 길 안에서 내 역할은 기억하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7화. 화장터를 거쳐 납골당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