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셨습니다."
죽음을 가장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슬퍼한다.
당사자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났으니 슬픔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남은 사람들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돌아가셨다'는 말을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냥 '돌아셨다 = 죽었다'로 자연스레 이해하며 살아왔다.
'죽었다'는 표현이 너무 직설적이라, 고인을 존중하기 위한 완곡한 표현쯤으로 여겨왔다. 아니 사실 그런 생각조차 안해왔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 말은 슬픈 말이 아니라 위로의 말이었다.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다' 아니, '돌아가다' 과거형으로 '돌아갔다'
돌아간다는 건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간다는 뜻이다.
우리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곳 언제나 애착이 담긴 곳은 '집'이고 늘 우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돌아가셨다'는 말은 결국 이 사람이 본래의 집으로 돌아가셨다는 의미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그리고 그 사람과 내가 만지고 느꼈던 세상은 진짜 '집'이 아닐 수도 있겠다. 분명 이승에서 내 명의로 된 계약서가 있는데,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남은 사람들은 "돌아가셨다"고 말한다.
그 말은 어쩌면,
우리가 잠시 놀러 온 행성에서 열심히 놀다 이젠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놀이터에서 한참 놀다 지친 꼬마 아이가 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듯, 우리도 이 세상에서 마음껏 살아보다가 때가 되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놀다 지친 몸도 정리하고 미룬 일들도 하다가 또다시 놀러가기 위한 체력을 비축하는 거지.
각자의 사정으로 누구는 먼저 집에 가고, 누구는 조금 더 놀다 가고 그런거지.
사실 일찍 돌아가신 분들은 MBTI 'I'라서 세상에 기가 빨려 빨리 도망친 걸 수도 있겠다 !
그래서 의사가 말하는 "돌아가셨습니다"는 우리에게 '이제 그분이 잘 쉬러 집에 가셨습니다.'라고 전하는
배려의 말인지도 모른다. 남은 사람들이 슬퍼하라고 하는 솔직한 말이 아니라 사실 배려의 말이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서 열심히 사시다 이제서야 집으로 돌아가셨으니, 너무들 슬퍼하지 마세요.
남은 우리는 그분과 함께했던 추억을 간직하며 언젠가 우리도 돌아갈 집을 준비하면 된다.
어릴 적을 떠올려보면, 어느새 놀이터에 하나 둘 모여 놀던 친구들이 또다시 한 명, 두 명씩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늘 아쉬웠다.
"가지 마 .. 조금만 더 있다 가자!"
아마 우리가 지금 느끼는 슬픔도 그 마음과 닮아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함께 놀던 그 시간들은 사리짖 않는다.
그 친구도 집으로 돌아가선, 나와 놀던 날을 떠올리며 미소 짓겠지. 그리워도 하겠지.
그리고 잠시 푹 쉬었다가, 언젠가 다시 또 다른 놀이터로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 할머니를 떠나보내며 적은 죽음과 장례,
그리고 할머니의 아들을 바라보는 손녀이자 딸의 시선에서 적어내린 이야기였습니다.
적응이 되지 않는 죽음에서 당신의 슬픔이 나에게 나눠졌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