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백자, 그리고 분청사기

5월의 푸르름을 닮은 도자기

by 강연우


5월의 푸르른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청자의 아름다움이 떠올랐다.


초록도 파랑도 아닌, 비취색이라 불리는 오묘한 빛.
그 맑고도 은은한 색은 고려시대 귀족 문화의 사치스러움과 함께, 그 시대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나에게 청자는 낯설지 않은 존재였다.
어릴 적 아버지의 지인 중 한 분이 도자기 명인이셨고, 그 인연으로 우리 집에는 다양한 도자기들이 함께했다. 그 많던 도자기들 중 일부는 아이였던 내 실수로 깨지기도 했고, 이사를 거듭하면서 대부분 정리되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내가 독립할 무렵 부모님은 두 개의 청자를 내게 건네주셨다. 특별한 쓰임은 없었지만, 그 청자는 언제나 한켠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청자를 작년 가을,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통해 다시 만났다. 유리장 너머에서 바라본 청자는 여전히 고요하고 기품 있었다.
고려의 미감이 담긴 그 청자는 한때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던 '고려 한류'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는 흐르고, 나라의 혼란과 함께 청자의 기술도 사라졌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실용성을 바탕으로 한 분청사기였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어딘지 따뜻하고 소박한 아름다움.
그리고 조선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도자기는 다시 한 번 변화를 맞이한다.
바로 백자의 시대. 꾸밈없는 단아함, 절제된 선, 고요한 미감.

백자는 마치 그 시대정신을 닮은 듯 담백했다.


청자의 우아한 균형미도 좋고, 백자의 정갈한 아름다움도 좋지만, 나는 요즘 분청사기에 더 마음이 간다.


화려함과 절제 사이,
거칠지만 정직한 그 모습은 마치 격변을 견디는 우리 삶의 태도 같아서.

때로는 깨지고, 흐릿하고,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따뜻한.
분청사기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아름다운 5월, 시원한 바람에 기분 좋게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분청사기처럼, 삶에서도 유연하게 흔들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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