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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살짝 쿵?!(내겐 노력이야)

내겐 노력이야

by 필경 송현준

내겐 노력이야: 버티는 삶의 또 다른 이름

누군가 내게 말했다. 잘 살고 싶냐고, 아니 잘 살 수 있다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며, 심지어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꽃이 피고 열매가 맺듯, 힘든 계절에도 인생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그 모든 것의 방법이 무엇인지 아느냐며, 결국은 '노력'이라고 했다. 듣고 보니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노력'. 세상의 모든 성공 신화가 외치는 단어, 부단히 애쓰고 또 애쓰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불변의 진리.


나는 조용히 말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잘 살고 싶다고. 매 순간 진심으로 잘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고. 그런데 그게 잘 안 된다고. 남들만큼 애썼는데도, 아니 어쩌면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발버둥 쳤는데도, 나는 매번 뒤처지고, 소중히 붙잡아두고 싶은 것들도 덧없이 흘러가 버린다고. 내가 가진 힘으로는 그 무엇 하나 제대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무력감은, 아무리 노력해도 메울 수 없는 깊은 골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말한다. 여전히 '노력이 부족하다'고. 더 애쓰고, 더 버티고, 더 헌신하면 된다고. 그들의 따뜻한 격려 속에는 냉혹한 평가의 잣대가 숨어 있다. '네가 힘들고 실패하는 건, 네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야'라는 무언의 압박. 그 말이 나의 무능력을 증명하는 듯해서 더욱 아프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되뇐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그 노력이 이제는 너무나 힘들고 버겁다고. 나는 노력하고 싶지만, 노력 그 자체가 내게는 이제 버거운 일이 되어버렸다. 노력은 더 이상 나를 성공으로 이끄는 길잡이가 아니라, 그저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어 버렸다. 노력해도 결과가 나지 않고,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붙잡는 것이 바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유일한 '노력'이다. 안 되는 것을 붙들고 있는 것, 그것이 내겐 역설적인 의미의 노력이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끝없이 이어지는 패배와 좌절 속에서도 놓지 못하는 희망, 아니 어쩌면 처절한 오기일지도 모르는 그것. 나는 지금도,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는 못해도, 이 자리에서 그저 '버티고' 있다. 버티는 것, 어쩌면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럽고 위대한 노력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눈물 한 방울도 흐르지 않지만, 내 안의 모든 것을 갉아먹는 치열한 노력. 오늘도 나는 그 노력으로 간신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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