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환 기자는 이제 김민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초라한 과거, 그의 허술한 거짓말, 그리고 그의 지독한 자격지심까지. 하지만 기사를 내보내기 전, 그에게는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저널리즘의 원칙이자, 사냥의 마지막 예의. 바로 당사자에게 반론의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김민준이 절대로 전화나 이메일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김민준이 가장 아파할 방식으로 그의 성벽을 두드리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오후, 최기환은 평범한 점퍼 차림으로 김민준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떡볶이 가게를 찾아갔다. 시장의 소음과 비릿한 생선 냄새, 고소한 기름 냄새가 뒤섞인 곳. 그곳은 가면을 쓰고 괴물이 된 민준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했던, 정직한 땀의 세계였다. 그는 가게 구석에 앉아 묵묵히 일하는 노부부를 관찰했다. 고된 노동으로 마디가 굵어진 손, 손님에게 순대를 내어주며 짓는 희미한 미소. 최기환은 생각했다.
'저 모습이 김민준의 가장 밑바닥을 이루는 단 하나의 진실이겠지.'
혼자 가게 구석에서 조용히 떡볶이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 가게를 나서며 민준의 어머니에게 말을 걸었다.
"어머님, 떡볶이 정말 맛있네요. 제가 사실 신문사 기자인데, 요즘 강남에서 아주 유명한 김민준 씨에 대해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혹시 아드님이 맞으실까요?"
그의 말에 민준 어머니의 얼굴에 자랑스러움과 걱정이 뒤섞인 미소가 번졌다.
"아이고, 우리 민준이 아세요? 걔가 똑똑하긴 한데… 워낙 바빠서 집에 얼굴 한번 비추기도 힘들어요. 전화 통화하기도 어렵고…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모르겠네. 어려운 말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죽는 건 아닌지…"
최기환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이 한마디에서 모든 것을 확인했다. 그는 정중히 인사하고 가게를 나섰다. 그의 마음은 무거웠다. 이것은 더 이상 흥미로운 사기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곧 모든 것을 잃게 될, 저 선량한 노부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날 저녁, 김민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머니였다.
"민준아, 밥은 먹고 다니니? 다름이 아니라, 오늘 가게에 신문사 기자라는 아주 점잖은 분이 다녀갔어. 너에 대해 아주 좋은 기사를 써주려는 것 같더라. 네가 하도 바빠서 얼굴도 못 본다고 했지. 그래도 몸 챙겨가면서 일해야 한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김민준의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최기환.
그가 자신의 마지막 성역,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진짜 자신을 건드린 것이다. 그는 더 이상 '페르소나 캐피탈의 김민준 대표'로서 공격받는 것이 아니었다. '떡볶이집 아들 김민준'으로서 발가벗겨지고 있었다.
어머니와 전화를 끊은 그는 오피스텔 거실에 있던 위스키 잔을 벽에 집어 던졌다.
쨍그랑!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그의 이성도 산산조각 났다. 공포가 그의 척추를 타고 기어올랐다.
기사는 이제 곧 나간다. 내일일까, 모레일까. 시간이 없었다. '프로젝트: 프로메테우스'는 더 이상 여유로운 탈출 계획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하는 비상 탈출이었다.
그는 즉시 '고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목소리는 다급했지만, 최고의 기회를 잡은 사업가의 흥분을 연기했다.
"최 원장님, 접니다. 긴급하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펀드 쪽에서 저희의 가치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다른 경쟁 펀드에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끼어들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지금이, 우리의 지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24시간 안에 약속하셨던 자금을 집행해주셔야, 저희가 협상 테이블에서 최종 승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는 이어서 박 사장에게도 같은 내용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자신의 코인 수익률 스크린샷을 다시 한번 문자로 보내며, 자신의 '미다스의 손'을 각인시켰다. 민준이 재촉하는 긴급한 상황과 이미 증명된 것처럼 보이는 대박의 신화 앞에서, 두 투자자의 마지막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소희의 명의로 된 계좌에 돈이 입금되기 시작했다. 10억, 20억, 30억… 최종적으로 그의 계좌에 찍힌 숫자는 수십억 원에 달했다. 한소희는 흥분된 목소리로 그에게 전화했다.
"민준 씨! 통장에 돈이 엄청나게 들어왔어! 드디어 인수합병이 성사되는 거야? 우리 이제… 결혼할 수 있는 거지? 나 어제 웨딩드레스 잡지 봤단 말이야."
민준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누구보다 순수하게 믿어준 이 여자를, 가장 철저하게 배신하려 하고 있었다.
"…물론이지, 소희 씨. 모든 게 다 계획대로 되고 있어. 이 일만 마무리되면, 우리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으로 떠나자. 네가 고른 웨딩드레스, 세상에서 제일 잘 어울리게 해줄게."
그의 마지막 거짓말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해외 M&A 계약금 송금을 위해 은행의 VIP 창구에 함께 가달라는 부탁을 덧붙이며 전화를 끊었다.
그날 밤, '페르소나 캐피탈' 사무실에는 김민준 혼자 남아 있었다.
그는 창밖의 화려한 야경을 등진 채,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며칠 밤낮으로 계획한 절차에 따라, 수십억 원의 자금을 파나마에 설립한 유령 회사의 계좌로 이체하기 시작했다. 거액의 해외 송금은 복잡했다.
1차 인증번호, 2차 OTP 번호, 그리고 마지막 공인인증서 암호까지. 은행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여러 번에 걸쳐 돈을 쪼개 보내는 그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인간의 감정이 마모된 기계와 같았다.
마지막으로, 모든 자금을 합쳐 최종 송금하는 '이체 실행' 버튼 위에 그의 손가락이 멈췄다.
같은 시각, 한국경제일보 편집국.
최기환 기자는 자신의 책상에서 그가 작성한 민준에 대한 기사를 업로드 하기 전 최종 검토를 하고 있었다.
그의 기사 제목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단독] AI 투자 귀재 'Next Buffett', '페르소나 캐피탈 대표' 그 정체는 떡볶이집 아들… 수백억대 폰지사기 정황.
최기환의 손가락이 '기사 전송' 버튼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남의 마천루 꼭대기에서, 한 남자는 자신의 제국 전체를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실행' 버튼을 누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서울의 심장부, 언론사 건물에 있는 다른 한 남자는 그 거짓된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전송' 버튼을 누르려 하고 있었다. 두 개의 클릭이, 모든 것을 끝낼 터였다.
[20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