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캐피탈]EP20-두 번의 클릭

by 다소


2025년 10월 31일, 일요일, 밤 9시 23분 14초.


한국경제일보 편집국은 마감 직전의 광기로 들끓었다. 최기환 기자는 자신의 모니터에 떠 있는, 지난 몇 주간의 모든 것을 집약한 기사에 고정되어 있었다.


[단독] AI 투자 귀재 'Next Buffett', '페르소나 캐피탈 대표' 그 정체는 떡볶이집 아들… 수백억대 폰지사기 정황.


편집국장이 소리쳤다. "최 기자! 1분 남았다! 기사 안 넘겨?"

최기환은 심호흡을 한번 하고, 마우스 위로 손을 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클릭.

'기사 전송' 버튼이 눌렸다. 거대한 댐의 수문이 열리고 있었다.


같은 시각, 밤 9시 23분 18초. 강남의 한 오피스텔.


김민준의 사무실은 묘지처럼 차가운 정적에 잠겨 있었다. 그의 뇌리에, 몇 달 전 청담동 레스토랑에서 주차 요원으로 오해받았던 그날 밤의 굴욕이 스쳐 지나갔다. 이 마지막 클릭은, 그 굴욕에 대한 가장 완벽한 복수였다.


클릭.

'이체 실행' 버튼이 눌렸다. 화면에 차가운 글자가 떠올랐다.


[해외 송금이 정상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해냈다...'

그는 이탈리아제 가죽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발아래 펼쳐진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밤 9시 24분 03초. 서울의 한 은행 본점, 자금 거래 모니터링 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진짜 싸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막 시작되고 있었다.

거액의 해외 송금은 공항의 출국 심사와 같아서,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최종적으로 국경을 넘어간다. 김민준은 출국 도장을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돈은 사실 최종 보안 검색대에서 붙잡힌 것이었다.

은행의 '거액이상거래 감시 시스템'은 한 개인의 계좌에서, 조세 회피처인 파나마의 신생 법인으로 수십억 원이 빠져나가는 것을 즉시 포착했다. 이 거래는 자동으로 시스템의 최상위 적색경보를 울렸고, 모니터링 팀 박 대리의 화면에 떨어졌다.

박 대리의 일은 이상한 거래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본 거래 중 가장 이상했다. 그는 메뉴얼에 따라 즉시 해당 거래에 '임시 보류' 조치를 걸었다. 이것은 출국 심사대에서 의심스러운 승객을 잠시 옆으로 불러내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절차였다.

그는 거래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계좌주 '한소희'와 '투자' 등의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검색 결과 최상단, '1분 전'이라고 표시된 한국경제일보의 기사 링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단독] AI 투자 귀재 'Next Buffett', '페르소나 캐피탈 대표' 그 정체는 떡볶이집 아들… 수백억대 폰지사기 정황.


박 대리는 기사를 클릭했다. 그리고 기사 본문에 언급된 한 문장을 보고 온몸이 굳어버렸다. '…김 씨는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수십억 원의 자금을 연인인 한OO 씨의 VIP 계좌를 통해 관리해온 것으로…'


"팀장님!" 박 대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한소희 VIP 고객 계좌에서 파나마로 수백억 송금 건이 보류 중인데… 이 계좌, 방금 터진 '페르소나 캐피탈' 폰지사기 기사에 나오는 바로 그 계좌입니다!"


"뭐라고? 송금 상태는?"

"제가 매뉴얼에 따라 일단 임시 보류했고, 방금 기사 확인 후 최고 위험 등급으로 전환, 완전 지급 정지시켰습니다!"

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지금 당장 법무팀, 금융감독원 비상 보고 라인에 연결해! 1분 1초가 급하다! 빨리 움직여!"


밤 9시 27분 54초. 김민준의 사무실.


김민준은 의기양양하게 위스키 잔을 비우고, 노트북의 모든 파일을 영구 삭제하고 있었다. 그는 탈출 후의 삶을 상상하며, 마지막으로 항공사 예매 사이트를 열었다.

그때, 그의 스마트폰이 짧게 울렸다. 은행 앱에서 온 푸시 알림이었다. 그는 당연히 송금 완료에 대한 최종 확인 메시지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화면에 뜬 메시지는 그의 피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XX은행] 해외 송금 지연 알림. 본인 확인 및 거래 목적에 대한 추가 소명이 필요하여 거래가 임시 보류되었습니다. 가까운 지점에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는 미친 듯이 뱅킹 앱에 다시 접속했다. 거래 상태는 '완료'가 아닌, 붉은색 글씨의 '보류/확인 중'으로 바뀌어 있었다. 돈은 그의 손을 떠났지만, 아직 그의 도피처에는 도착하지 않은 채, 허공에 멈춰버린 것이다.


그가 망연자실하게 화면을 보고 있을 때, 이번에는 그의 업무용 휴대폰이 책상 위에서 미친 듯이 울리고 떨리기 시작했다. 잠잠했던 카카오톡 알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화면 상단에 뜨는 미리 보기 메시지들이 그의 눈에 박혔다.


[불개미 군단 (300+)] User17: ??? 링크 사실임?

[불개미 군단 (300+)] User99: 미친... 내 전재산...

[박 사장] 김 대표, 이게 무슨 소린가. 전화 받게.

[최 원장] 김 대표님, 지금 뉴스 봤습니다. 해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빠는강하다] 대표님, 이게 무슨 말입니까? 기사가 사실인가요? 제발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그가 만들어낸 수백 명의 익명들이, 그의 거짓된 왕국을 향해 일제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요란하게 울리는 진동은, 그가 버리고 떠나려 했던 세상이 보내는 저주와 절규처럼, 텅 빈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최종화, 21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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