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만 나이 스물일곱, 유방암 3기 말 판정을 받았다.
이 글은 그 해 여름에서 시작된다.
아무도 원하지 않고,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시간에서.
병명보다 무서운 건, 그걸 들은 내가 너무 평온했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드디어 퇴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기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만큼 나의 몸도, 마음도, 병들어 있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
그 여름 이후로 많은 계절이 지났다.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시간,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의 시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무 일 없던 날처럼 굴지만, 문뜩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이 이야기는 특별한 희망의 여정을 담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비극으로 흘러가는 서사 또한 아니다.
이건 그때의 기억을, 지금의 내가 말로 꺼내고 싶을 뿐이다.
누군가는 나처럼 병명을 듣고 웃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깊은 충격에 빠져 말도 못 한채 하루를 넘길지도.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맞는 여름이 있다.
그건 마치 장마처럼, 비교할 수 없는 각자의 고요한 폭풍이다.
이 글은 나를 위한 기록이다.
하지만 만약,
나와 비슷한 여름을 지나온 누군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되면 좋겠다.
조용하고, 마음에 남는 위로.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문득 떠오를 수 있는 위로.
✦ 연재 안내
본 편은 4월 20일부터 올라옵니다.
현재 4화까지는 주 2회(화, 일) 연재 중입니다.
그 이후에는 매주 일요일 저녁, 정기 연재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함께 걸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