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 그때의 너에게 : 시간을 건너 쓰는 편지

24회. 세상을 견디게 한 작은 빛

by 하오빛

잊기 위해,

흐르는 시간 속에 묻어둘 사랑이 아니기에

오늘 밤,

나의 마음은 유난히 무겁기만 하다.


벌써 오래전,

너의 머릿속에서는

지워졌을지도 모를

나의 모습, 나의 이름.

하지만,

나의 입가에는 아직도

네 이름이 맴돌고 있다.


오늘 거울을 들여다보니,

미소 짓던 너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쳐왔다.


조용한 밤이면,

눈이라도 내리는 푸른 밤이면,

스치는 바람 속 눈발에도

너의 목소리가 실린 듯해

한없이 귀를 기울이던 수많은 밤.


하지만,

지금 이 밤에도

너는 없다.

타오르는 촛불만이

우두커니 나를 지켜보고 있을 뿐.


유리창 너머 어둠을 배경 삼아,

나 역시 말없이 그 밤 속에 잠긴다.


사랑이란, 믿음이란 이름으로

수많은 밤을 하얗게 물들였지만,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으리.

나를 미워하지도 않으리.


지금의 나, 그때의 너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그때의 너야,


사랑이란 건

흐르는 시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거였지.

아프고 서운했어도

미워하기보다는

그저 조용히 마음속에 남겨두는 일이었지.


하얀 밤마다

너는 한 번도 목소리를 놓지 않고

귀 기울였구나.

그 기다림은 아픔이 아니라,

너만의 믿음이었다는 걸

지금의 나는 안다.


비어 있는 유리창을 바라보며,

촛불 하나에 기대어

스스로를 지켜낸 너.


참 애쓰고,

참 따뜻했지.


지금의 나는

그때 네가 지켜낸 마음을 품고

오늘도 모진 세상 앞에

당당히 하루하루 서고 있단다.


참 고맙고, 든든하다.


하오빛 라디오 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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