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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본질은 인간이다

기술보다 구조, 구조보다 사고

by 정수필

기술의 등장이 사유의 종말을 뜻하진 않는다


2022년 11월, AI가 등장했을 때
우리 모두는 비슷한 기대를 품었다.


"이제 글쓰기도, 마케팅도 AI가 해주겠네."


특히 매일 콘텐츠를 써야 하는 사람이라면
그 기대는 더욱 컸다.


나 역시 그랬다.
그날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드디어 구세주가 나타났다.
제목, 랜딩페이지 카피, 오퍼, 고객 아바타...
늘 머리를 쥐어짜던 마케팅 업무에서
이제는 해방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AI가 써준 문장은 매끄러웠지만, 나의 톤은 사라졌다.
기업의 메시지는 정리되었지만, 방향은 흐릿해졌다.
문장 속에 '나'가 없었다.


그때 비로소 알았다.
AI를 믿는 동안, 나는 내 사고력과 구조적 감각을 잃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글을 좋아하지만, 팔기 위한 글은 싫었다


나는 여전히 글을 사랑한다.
사람의 생각을 문장으로 엮어 의미를 전달하는 과정,
그게 내 삶의 일부다.


그런데 마케팅 글쓰기 앞에서는 유독 힘이 빠졌다.
팔기 위한 문장, 설득을 위한 카피, 계산된 톤앤매너.
그건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AI에 의지했다.
'AI가 대신 정리해주면, 나는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겠지.'


하지만 AI를 잘못 사용하면 내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감정이 빠진 문장은 살아 있지 않았다.
내 안의 관점이 빠진 글은 결국 아무의 것도 아니었다.


관점의 전환: AI는 나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시스템


AI는 만능이 아니다.
그러나 올바르게 정의된 시스템안에서는
강력한 협력자가 된다.

전문가들도 이야기를 한다.


"AI 의존은 메시지를 희석시키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흐리게 만든다."

- GGI Global Alliance


"AI가 프로세스를 단순화할 수는 있지만 창의성과 인간적 연결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 Impact Networking


맥킨지도 말한다.

"AI로 성과를 내는 조직은 기술 도입 후 워크플로우 재설계에 집중한다."


결국 핵심은 AI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다.


3단계 워크플로우: 인식 - 시스템 - 실행


AI 환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흐름은 단순하다.
기능보다 중요한 건 순서와 인식의 깊이다.


인식 - 환상 깨기

AI는 사람의 생각을 대체하지 않는다.
사고를 확장하는 거울이다.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를 잃지 않는 것이다.


시스템 - 구조화하기

AI를 중심에 두지 말고 나의 사고 흐름을 중심에 둔다.
아이디어 - 구성 - 메시지 - 검증.
이 과정을 명확히 정의하면
AI는 그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제 역할을 한다.


나는 아이디어 단계에서 AI를 브레인스토밍 파트너로
구성 단계에서는 초안 가이드로
메시지 단계에서는 문체 보정 도구로 사용한다.
이렇게 해야 도구가 나를 돕는다.


실행 - 루틴에 통합하기

이 시스템을 매일의 루틴에 녹이면
AI는 나의 사고 파트너가 된다.
이때부터 창작은 반복 가능한 실험이 되고
루틴은 나의 두 번째 엔진이 된다.


자동화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


많은 사람이 AI 자동화를 끝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지점이 출발이다.


자동화는 시간을 벌어주는 장치다.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인간의 영역이다.


나는 AI로 확보한 시간에
새로운 콘텐츠 실험을 했다.
고객과 대화를 나누고, 브랜드 스토리를 다시 그렸다.
그때 느꼈다.
AI는 나에게 시간을 돌려주는 시스템이라는 걸.


기술보다 인간적인 시스템


AI는 마법 장치가 아니다.
그건 단지 연료 공급 시스템이다.
엔진은 여전히 우리 자신이며
운전대 또한 우리의 손에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필요한 것은 더 인간적인 시스템이다.


"AI는 만능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구조를 갖추면, 그때 비로소 진짜 협력자가 된다."
- 정각(正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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