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 말 뒤에 숨겨둔 진심을, 나는 글로 꺼냈다.
"괜찮아."
입에 가장 먼저 붙는 말이었다.
지쳐도, 서운해도, 이유 없는 외로움이 밀려와도
나는 늘 그 말을 먼저 꺼냈다.
괜찮다고 말하는 나와,
그 말을 들으며 더 깊숙이 주저앉는 나.
그 둘 사이엔 서서히 금이 갔다.
틈은 날마다 벌어졌고, 나는 그 틈에 점점 더 숨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삼킨 말들.
어떤 날은 단 한마디가, 조용히 쌓아둔 내 안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그날, 누군가 내게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 살면 안 돼요."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지나가는 비수 같은 말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단호함 앞에서 나는 반박할 수 없었다.
어쩌면 반박할 힘조차, 그 순간 내게는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은 마치 내 마음을 다 아는 듯, 오랫동안 혼자 말했다.
나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
말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작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누군가의 말에 의해 규정된 사람이 되었다.
내 삶의 정의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된 순간이었다.
대화가 끝난 뒤, 나는 조용히 카페 화장실에서 거울을 마주했다.
입술을 꾹 누르며 속으로 되뇌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집에 돌아와 옷을 벗을 때,
그 말은 한숨으로 변해버렸다.
나는 알고 있었다.
괜찮지 않다는 걸.
그날 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노트를 펼쳤다.
한 줄, 두줄,
아무런 설명도 없이 글을 적기 시작했다.
입으로 끝내 꺼내지 못한 마음들이
조용히 문장이 되어 흘러나왔다.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 이해받고 싶었던 갈망은
조각조각 깨어진 유리 파편이 되어 종이 위로 쏟아졌다.
감정이 무너지듯 터져 나왔다.
눈물이 조용히 종이에 스며들었다.
그 번짐마저 진심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 나는 글 앞에서 처음으로 정직해졌다.
사람들 사이에선 늘 타이밍을 잃었다.
농담을 건넬 때도, 질문에 대답할 때도
내 마음은 늘 반 박자 늦었다.
하지만 글은 달랐다.
말처럼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고,
누군가의 표정을 살필 필요도 없었다.
글은 내가 준비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나, 사실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아."
"괜히 눈치 보며 살아가는 게 지쳐."
"한 번쯤은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고
그냥 사라지고 싶은 날이 있어."
이런 문장들을 적을 때마다
마음속에 쌓인 먼지가 조금씩 걷히는 기분이었다.
감정을 꺼내어 햇살 아래 두는 일,
그것은 조용한 연습이었다.
어느 날은 이렇게 적었다.
"이제는 정말 모르겠다.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야."
그리고 그 페이지를 찢어버렸다.
글이 언제나 위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상처를 들춰낼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조차 솔직히 바라보았을 때,
나는 조금 덜 외로웠다.
어느 날, 직장 동료가 내 노트를 보고 물었다.
"요즘 뭐 써? 일기야?"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그냥… 나랑 대화하는 거야."
말하지 못한 감정들,
말이 되지 못했던 마음들.
그것들은 문장이 되어 내 곁에 남았다.
어떤 문장은 아프고, 어떤 문장은 따뜻했다.
하지만 모두 나였다.
문장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내 마음을 이해하려면
먼저 조용히 꺼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지금도 가끔 나는 묻는다.
“너, 정말 괜찮니?”
그리고 조용히 답한다.
“아니. 가끔은 많이 외롭고,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할 때가 많아."
그런 나를 구해준 건,
다름 아닌 한 줄의 문장이었다.
지금 이 순간,
당신 안의 무언가를 거드릴 문장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오늘 가장 나를 흔든 말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진심은..."
"지금 나를 가장 숨 막히게 하는 건..."
어쩌면 그 문장들이,
지금의 당신을
조금 더 자신에게 가까이 데려다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