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흔들려도 쓴다

79점짜리 글을 위하여

by 월화수 엔 Jane

길을 잃은 글쓰기의 시작

브런치에 처음 발을 디딘 날,
나는 낯선 도시의 광장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처럼 서 있었다.

수많은 글들이 이미 이곳에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었고,
오래 정제된 문장들 속에서 나는 한참을 망설였다.

그들의 문장은 단정했고, 주제는 높고 먼 산맥처럼 느껴졌다.
그에 비해 나는 사무실 한 켠에서 회의록을 정리하고,
때때로 사내 공모전에서 상품권을 받으며 조용히 기뻐하던 사람이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그저 마음속에 흩어진 감정을 차분히 모아 붙이는 일이 전부였다.




쓰기로 향한 작은 용기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문득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거창한 동기도, 특별한 계기도 없었다.
다만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솔직하게 바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익숙한 의심이 곧 따라왔다.

'이건 아직 부족해.' '조금만 더 다듬고, 완벽해지면 올리자.'

'100점이 아니면 내놓지 말자.'

그렇게 문장을 쓰다 멈추고, 지우고, 또 멈췄다.
남은 건 텅 빈 화면과 '나는 왜 이걸 잘하지 못할까'라는 씁쓸한 자책뿐이었다.

변화는 아주 작은 물결처럼 다가왔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나를 바라보다가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지금 이 마음 그대로 써도 괜찮지 않을까.'

조금 불안하더라도,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더라도,
가장 진솔한 한 줄을 써보는 건 어떨까.



79점을 향하여

그때 문득, 하나의 숫자가 떠올랐다.
79.

왜 하필 79일까.
모호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이 숫자가 왠지 모르게 지금의 나와 꼭 닮아 있었다.

79점. 중간보다 살짝 높은 점수.
완벽하진 않지만, 정직하게 도달할 수 있는 온기 있는 가능성.

무엇보다 남은 21점을 채워가는 과정이,

이미 의미 있는 여정처럼 느껴졌다.



나를 닮은 문장들

하나씩 써내려가는 글 속에서 생각은 서서히 또렷해지고,
문장은 점점 나를 닮아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될 작은 발견들,
어제보다 나아진 표현들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성장의 순간이 될 터였다.

돌아보면, 내가 바란 건 '완벽한 글'이 아니라
내 마음에 솔직한 문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79점은 실패가 아니라 출발선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안다.

글을 쓴다는 건
나에게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는 일.
그리고 그 실패마저 따뜻하게 끌어안는 연습이다.

중요한 것은 점수가 아니라,
이 문장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내 마음이라는 걸.



흔들려도, 오늘도 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불안한 마음을 천천히 달래가며,
정제되지 않은 말들을 한 줄씩 기록해간다.

혹시 당신도, 완벽한 문장을 기다리느라 시작을 미루고 있다면
이 글이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

79점짜리 글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 불완전함 속에 우리가 나누고 싶은 진짜 이야기가 숨어 있으니까.


“괜찮아.
오늘의 이 글은 흔들리는 나를 지지하고,
내일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주는
나의 가장 솔직한 한 조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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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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