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우리들의 마당, 승리의 그림자

by DrLeeHC

제12장: 승리의 그림자


명분을 잃어버린 왕국의 균열, 그리고 냉혹한 현실


왕 노릇하던 패거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어.

지들은 '규칙'과 '명분'이라는 갑옷을 입고 싸움에 나섰지만, '가치'와 '인정'이라는 무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거든.


주민들의 솔직한 목소리 앞에서 지들 논리는 힘을 잃었지.

상대를 반박할수록, 지들은 이웃의 소박한 즐거움마저 빼앗으려는 속 좁은 늙은이들, 혹은 지들 기득권을 지키려 안간힘 쓰는 추악한 존재로 비칠 뿐이었네.


얼굴에는 당혹감과 함께 굴욕감이 스쳐 지나갔어.


입주자 대표 회장은 더 이상 논의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어색하게 회의를 마무리했지.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미덕을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투표도, 결정도 없었지만, 승패는 이미 명백했어.


패거리들은 애써 쌓아 올린 명분을 완전히 잃었고, 지들 왕국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금이 가기 시작했지.

이제 지들 고함소리에는 이전 같은 위압감이 없었어.


코트를 지들 사유물처럼 휘두르던 손길도 한풀 꺾인 듯 보였다네.


그들의 눈에는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어.


그 모습이 참으로 쓸쓸해 보였다네.



새로운 형태의 승리: 단절 속에서 피어난 단합


한정우와 그의 클럽은 절대 싸워서 이긴 게 아니었네.

저들은 그냥 오래된 벽 앞에서, 그리고 한낮의 코트에서, 자기들 즐거움을 묵묵히 쌓아 올렸을 뿐이지.


그 진실된 즐거움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거야.

한정우는 상대를 공격해서 무너뜨린 게 아니었어.


더 나은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을 지들 편으로 끌어들인 게지.


가장 부드러운 것이, 가장 강한 것을 이기는 순간이었어.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고, 진정한 가치는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니까.


하지만 저즐의 보이지 않는 승리가 모든 걸 해결해 준 건 아니었네.


자신들이 짊어진 싸움의 대가는 여전히 차가운 현실로 남아 있었으니 말이야.


여전히 한 면 코트에는 수도와 전기를 연결해 주지 않더라고.


이런 냉혹한 현실 앞에서, 한정우와 젊은 열정들은 처음에는 당황했어.

그러나 좌절은 잠시뿐이었지.

그들은 불평의 목소리를 내는 대신, 오히려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했어.

물이 없으면 물통을 들고 오고, 땀이 나면 손수건으로 닦아냈지.

저녁이 되면 코트가 어둠 속에 잠기니, 햇빛이 남아있는 시간들을 쪼개고 또 쪼개서 한 공이라도 더 치려고 노력했다네.

해가 기울어 그림자가 길게 드리울 때까지, 그들은 묵묵히 자신들만의 공을 쳤어.


기존 회원들과 굳이 싸우려 하지 않았지.


그저 자신들의 코트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인내하며 땀을 흘렸어.

고난은 그들을 흩어놓는 대신, 도리어 끈끈한 유대감을 만들어 주었다네.


"힘들다고 포기할 우리가 아니지!"


"이게 다 실력 키우는 과정 아니겠어?"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네.


그 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이제 단순한 노고가 아니었어.


그것은 새로운 역사를 쓰는 잉크이자, 굳건한 연대를 상징하는 보석 같았다네.


그들의 묵묵한 인내가 코트에 진정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지.




한 뼘 땅 위에 세워진 보이지 않는 깃발, 그리고 번져나가는 희망


그렇게 시간이 흘렀어.

왕 노릇하던와 젊은 패거리들이 단절시킨 코트에서, 젊은 열정들은 더 끈질긴 생명력을 얻었어.

햇볕과 땀으로 다져진 지들 실력은 일취월장했지.

불과 2년도 안 됐을 거야.

한정우와 젊은 열정들, 아니 이제 '어울림의 마당'이라 불러야 마땅할, 저들은 눈부시게 성장했어.


전국대회 나가 이름 알리기 시작했고, 지역대회에선 8강, 4강에 심심찮게 이름 올렸지.

트로피를 들고 돌아올 때마다 코트엔 조촐한 잔치가 벌어졌어.


비록 메인 코트 조명이랑 물은 끊겼지만, 저들의 열정하고 실력은 코트 펜스를 넘어 아파트 전체로 퍼져나갔어.


그 소문 듣고 주변 아파트에서도 테니스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늘었어.


"수성 아파트 3번 코트에 가면 진짜 테니스를 배울 수 있대!"


"거기 가면 실력도 늘고, 마음 따뜻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대!"


소문이 동네방네 퍼졌지.


주말이랑 휴일이면 3번 코트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어.


공은 여전히 라인을 벗어나기도 했지만, 그 웃음소리 속엔 승패 초월한 진짜 즐거움이랑 단합의 힘이 가득했어.


그곳엔 누구 눈치도 볼 필요 없는 자유랑, 함께 성장하는 기쁨이 충만했지.

아이들은 라켓 든 부모님 옆에서 재롱을 부렸고, 어르신들은 벤치에 앉아 저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어.


코트 구석에 작은 차양를 치고 도시락을 나눠 먹는 풍경도 생겨났지.


또 내 자랑 같지만...

어닝이라고 하나... 왜 햇볕가리는 거.. 그거 말일세.

그거는 내가 기꺼이 180만원이나 내고 만들어 주었다네.


이제 저 외로운 한 면짜리 코트 위엔, 눈에 보이지 않는 '어울림의 마당' 깃발이 자랑스럽게 펄럭였어.

그 깃발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어.

함께 땀 흘리고, 서로 배려하며, 진짜 즐거움 찾아가는 사람들 염원이 담긴 깃발이었지.

그 깃발은 보이지 않는 벽 허물고, 닫힌 문 열어젖히는 희망의 상징이 됐어.


나는 그날 마신 위스키 맛을, 아마 평생 못 잊을 거야.

그 맛은 희망이랑 연대,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이기는 감격스러운 순간의 맛이었다네.


코트 뜨거운 햇살 아래, 저들 웃음소리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었어.


그 역사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용기와 땀으로 쓰여진 이야기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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