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계절이 그린 궤적

by DrLeeHC

제14장: 계절이 그린 궤적


봄, 굳은살이 박히기 시작한 손


시간은 흘러 계절이 바뀌었네.

코트 옆 개나리가 노랗게 물들고, 벚꽃이 흩날리는 따뜻한 봄이 찾아오자, 한낮 클럽 회원들의 열정은 더욱 뜨거워졌어.


그들은 더 이상 단순히 재미 삼아 공을 치는 초심자가 아니었네.


그들의 손바닥에는 조금씩 굳은살이 박이기 시작했지.

그 굳은살은 단순한 피부의 변화가 아니었어.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묵묵한 노력의 훈장 같은 거였다네.

어설펐던 스윙에는 제법 힘이 실렸고, 공을 치는 소리도 전보다 훨씬 찰지고 경쾌해졌어.


그들의 목표는 더 이상 공을 네트 너머로 넘기는 것이 아니었네.


이제 그들은 더 좋은 소리, 더 긴 랠리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어.


마치 옹기장이들이 흙으로 빚은 도자기를 다듬듯, 그들은 한 땀 한 땀 자신들의 테니스를 빚어 나갔지.


새싹이 땅을 뚫고 올라오듯, 그들의 실력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자라나고 있었네.


코트 위에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땀방울은, 새로운 생명의 씨앗처럼 반짝였다네.


여름, 땀방울이 만들어낸 기적


뜨거운 여름이 찾아오자, 그들의 성장은 눈부셨지.

코트를 적시는 땀방울만큼, 그들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어.

햇볕이 가장 뜨거운 한낮에도 굴하지 않고 라켓을 휘두르는 그들의 모습은, 오히려 뜨거운 태양을 삼키는 듯한 기세였다네.


예의 그 젊은 부부는 이제 웬만한 동호인들 뺨치는 복식조가 되었어.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다음 동작을 읽어내는 노련함이 생겼지.


어리숙하던 대학생의 서브는 누구도 함부로 받지 못할 만큼 날카로워졌네.

공이 튀어 오르는 소리만 들어도, 상대방은 움찔할 정도였다네.

그 대학생의 스매시는 또 어땠고...

제대로 맞으면 공이 코트 위를 바운드 하면서 저 멀리 펜스 밖까지 튀어 나갈 정도로 위력적이 되었다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마치 80-90년대의 피트 샘프라스를 다시 보는 것 같더구만.

내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직접 와서 보면 알거유.


그들은 한정우의 "넘기고 보자"라는 테니스 철학을 이어받아, 화려한 위닝샷 대신 끈질긴 랠리로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법을 터득했어.


무작정 공을 때려 부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흐름을 읽고 공의 무게를 실어 보내는 지혜로운 플레이였지.

로브면 로브, 쇼트면 쇼트를 어느 정도는 마음대로 구사할 정도가 되었지.


그것은 내 늙은 눈으로 보기에도, 작은 기적과도 같은 변화였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기적 말이야.

코트 위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웃음소리는 이제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네.


정체된 왕국의 지루한 오후


그사이, 두 면짜리 본무대의 왕국은 서서히 정체되고 있었어.

새로운 도전도, 성장도 없는 그들의 테니스는 이제 지루한 의식(儀式)처럼 보였지.

늘 똑같은 사람들, 똑같은 파리채 발리, 똑같은 라인 시비.


그들은 자신들이 이룩한 작은 평화에 안주한 채, 더 이상 발전하려 하지 않았네.


성벽을 높이 쌓아 경쟁자들을 모두 내쫓은 왕국은, 역설적으로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되어버린 게야.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 법이지.

그들의 코트에서는 여전히 '나이스!' 소리가 울렸지만, 그 속에는 생기 없는 메아리만이 남아 있는 듯했어.


라켓을 휘두르는 팔에서마저 권태가 묻어나는 기분이었다네.


그들은 자신들이 쫓아낸 '초보자들'이 저 멀리 3번 코트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알 리 없었겠지.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야.


애써 외면하고 싶었을 테지.


나는 보온병 속 위스키를 홀짝이며 곧, 저쪽 '어울림의 마당'의 힘차게 흐르는 강물이 이쪽 왕국의 고인 물을 덮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예감했다네.


거대한 자연의 섭리처럼, 변화는 막을 수 없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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