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소리 없는 가르침

by DrLeeHC

제16장: 소리 없는 가르침


왕의 아킬레스건


그날 오후, 왕 노릇하는 패거리들의 우두머리인 감씨는 유독 경기가 풀리지 않는 모양이었어.


그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고, 애꿎은 라켓에 화풀이를 해댔네.

마치 홧병이 난 사람처럼 말이야.

상대의 공이 자꾸 그의 백핸드 쪽으로 몰렸는데, 그는 그 공을 처리할 때마다 번번이 네트에 걸거나 라인 밖으로 내보내기 일쑤였지.

백핸드가 그의 아킬레스건인 줄은 이미 코트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네.

늘 강한 척 허세를 부리던 그의 가장 약한 고리가, 하필 그날 그렇게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다네.


같은 편 패거리들은 "괜찮다"고 말은 하면서도, 속으로는 그의 실수를 탓하는 눈치였어.


그들의 눈빛에는 위로보다는 불안감이 더 크게 서려 있었지.

한때 코트를 호령하던 그의 권위가, 그 자신의 가장 약한 고리, 그의 부실한 백핸드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순간이었지.


마치 굳건해 보이던 성벽에 작은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야.


나는 그들의 초조함을 읽으며, 이 판이 어떻게 흘러갈지 숨죽여 지켜봤다네.


네트 너머의 완벽한 교본


잠시 경기가 중단되고, 감씨는 숨을 고르며 멍하니 네트 너머를 바라보았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저쪽 3번 코트였지.


그리고 그 순간이었어. 한정우가 혼자서 스윙 연습을 하고 있었지.


그는 두 손으로 백핸드 스윙을 아주 천천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있었어.


그의 움직임에는 군더더기라곤 하나도 없었다네.

어깨의 회전, 허리의 움직임, 라켓을 쥔 두 손이 만들어내는 간결하고도 부드러운 궤적.


그것은 마치, 가장 이상적인 백핸드의 교본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과 같았지.

거짓말 좀 보태서,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완벽한 자세였다네.


한정우는 감씨의 시선을 느꼈을 게야.


하지만 그는 아는 척도, 가르치려는 듯한 기색도 비치지 않았네.


그저 자신의 연습에 몰두하며, 그 완벽한 동작을 묵묵히 반복할 뿐이었어.


어떤 소리도, 어떤 말도 없었지만, 그 광경은 감씨에게 그 어떤 호통보다 더 아프게 박혔을 걸세.


'당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나는 이렇게 가지고 있다'는 소리 없는 선언이었으니까.


그 묵묵한 동작 하나하나가 감씨의 자존심을 조금씩 갉아먹는 듯했다네.



무너진 자존심, 그리고 침묵의 증언


감씨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네.


분노, 굴욕감,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주 희미한, 기술에 대한 순수한 동경 같은 것이 엿보였어.


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그의 몸은 정직했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손에 들린 라켓이 방금 본 한정우의 두 손 백핸드 궤적을 어설프게나마 따라 그리려다 멈칫했어.


그 찰나의 순간, 감씨의 어깨가 미세하게 움찔하는 것을 나는 똑똑히 보았다네.


그것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 의미를 깨닫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어.

코트 위의 모든 이들이 봤지.

왕이, 자신들이 그토록 무시하던 이단아의 기술을 흉내 내려 하다니 말이야.


그 순간, 코트의 모든 소음이 멎었네.


패거리들의 떠드는 소리도, 공 튀는 소리도.

쥐죽은 듯 고요했다네.


그들은 자신들의 왕이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그 자존심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를 침묵 속에서 들어야만 했지.


한정우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연습을 마친 뒤, 조용히 코트를 떠났네.


그는 칼 한번 휘두르지 않았지만, 가장 깊은 상처를 남겼고, 가장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어.


그날 이후, 두 그룹 사이의 보이지 않는 균형은,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네.


코트 위에는 승자의 여운과 패자의 그림자만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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