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깨져버린 균형

by DrLeeHC

제17장: 깨져버린 균형



무너진 권위, 사라진 오만함의 그림자


그날, 감씨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나는 침묵의 답신 이후, 코트의 공기는 완전히 달라졌네.

마치 오랜 세월 굳게 닫혔던 문틈으로 스산한 바람이 스며든 것처럼, 그들의 왕국에는 알 수 없는 냉기가 감돌기 시작했어.

왕 노릇하던 패거리들은 다시 자신들의 경기를 시작했지만, 그들의 어깨는 눈에 띄게 처져 있었지.

한때 코트를 쩌렁쩌렁 울리던 요란하고 자신감 넘치던 함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네.

대신 서로의 사소한 실수를 탓하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만 간간이 들려왔어.

그 소리는 마치 끈 떨어진 연처럼 힘없이 나부끼는 소리였지.

한때 날카롭던 그들의 눈빛은 초조함과 불안감으로 흐려져 있었고, 공을 때리는 힘에서도 망설임이 역력하게 느껴지는 듯했다네.

그들의 자신감 넘치던 파리채 발리는 이제, 어쩐지 필사적인 안간힘처럼 보일 뿐이었지.

공 하나하나에 이전의 여유와 즐거움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억지로 이어가는 듯한 권태만이 묻어나는 듯했지.


권위란 실력만으로 세워지는 게 아니야.

그것은 다른 이들의 암묵적인 인정과 침묵적 동의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허상과도 같은 것이지.

백성들의 신뢰가 사라지면 아무리 견고해 보이는 왕국이라도 속부터 무너지는 법이라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코트 위의 모든 사람들은 그들이 더 이상 강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버렸던 게야.

왕의 가면이 벗겨지고 맨얼굴이 드러난 셈이지.

지배자의 자리가 흔들리자, 그들의 오만함은 힘없이 바스러져 내렸다네.

마치 잘 만들어진 얼음 조각이 햇볕 아래 서서히 녹아내리듯, 그들의 위세는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었던 게지.


그들의 승리는 텅 빈 트로피와 같았고, 그들의 권력은 빛바랜 종이 왕관에 불과했다네.



벤치에서 오가는 수군거림, 몰락의 징조


경기가 끝나고, 그들은 예전처럼 의기양양하게 라커룸으로 향하지 않았네.

승리의 환호성도, 패배한 상대를 비웃는 오만함도 없었지.

벤치에 모여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 수군거렸어.

그 모습은 마치 패전국의 병사들이 전장 한구석에서 서로를 탓하며 몰락을 논의하는 듯했다네.


그들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 얼굴에는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지.


나는 그들의 대화를 명확히 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표정과 몸짓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어.


"그때 그렇게 무리하게 나설 필요가 있었나?

애초에 괜히 일을 키웠어."


"결국 우리가 우스워졌잖아.

초보들한테 망신만 당하고 말이야."


"아니, 누가 그렇게 하자고 했어?

다들 동의했으면서 이제 와서 나만 탓하나!"


"젠장, 코트가 왜 이 지경이 됐냐고!

다 그 이단아 놈 때문이야!"


그들의 수군거림 속에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비난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뒤늦은 후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무력감의 조각들이 뒤섞여 있었다네.


마치 둑이 무너진 강물처럼, 한번 터진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나왔지.


공공의 적을 만들어 똘똘 뭉쳤던 그들의 결속력은, 자신들의 나약함과 패배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있었네.


외부의 적이 사라지자, 그들 내부의 약한 고리들이 끊어지기 시작한 게지.


왕국은 외부의 공격이 아닌, 내부의 분열과 붕괴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거야.


마치 속부터 곪아 들어가는 나무처럼, 그들의 힘은 서서히 바스러지고 있었다네.


그들의 눈빛에는 더 이상 불꽃이 없었고, 오직 허무함과 자조만이 가득했지.



이제 그 누구도 그들을 얕보지 않는다, 진정한 코트의 주인들


가장 큰 변화는, 코트 위의 두 그룹 사이의 관계였어.


이제 '어울림의 마당' 시민들은 더 이상 한낮의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만 숨죽여 운동하지 않았네.

그들은 당당히 오후 시간에 코트로 나왔고, 왕 노릇하던 패거리들과 스쳐 지나갈 때도 더는 위축되거나 시선을 피하지 않았지.

오히려 그들의 얼굴에는 땀방울과 함께 은은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네.

그들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라켓을 잡은 손에는 망설임이 없었어.

그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변화에 대한 확신을 품고 있었지.


이제 그 누구도 감히 그들을 '초보자'라 부르지 않았어.

그들의 테니스는 이미 단순히 공을 넘기는 수준을 넘어섰고, 그들의 매너는 코트의 새로운 모범이 되었으니까.

그들은 실력으로, 그리고 태도로, 자신들의 자격과 존엄을 완벽하게 증명해 냈으니까.


자신들 땀방울로 길을 내고, 자신들 웃음소리로 코트를 채웠으니 누가 감히 얕볼 수 있겠나.

오히려 코트에 새로 오는 사람들은 텃새 패거리들이 아닌, '어울림의 마당' 사람들에게 다가가 가르침을 청했어.

그들이 코트의 진정한 활력소이자, 살아있는 심장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았으니까.


사람들은 이제, 진정한 코트의 중심이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네.

그것은 낡고 정체된 두 면짜리 본무대가 아니었어.

거기는 이제 과거의 영광에만 매달리는 유령들의 무덤 같았지.


진짜 중심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웃음소리가 넘쳐나는 저 한 뼘짜리 '어울림의 마당'이었네.


코트의 흐름이 완전히 바뀐 게야.


마치 거대한 강물이 오랫동안 흐르던 물줄기를 바꿔 새로운 길을 찾은 것처럼 말이야.


낡은 권위는 사라지고, 새로운 가치가 그 자리를 채웠네.


코트는 이제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와 즐거움을 주는,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되었어.


그 변화의 물결 위에서, 나는 늙은 관찰자로 덜어져 있으면서, 조용히 미소 지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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