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아침이 오듯..<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고

by 김태경

몇 년 전에 직장 동료가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유인즉슨 출근길에 회사 입구에만 서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힌 것 같아 힘들다는 것이었다. 괴팍하고 지질하고 예측불가능한 상사 밑에서 일하던 내 친구는 결국 공화장애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 친구는 상사의 점심식사 메뉴를 정하고 식사를 할 때마다 상사로부터 불만족하다는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은 것이 친구에게 상당한 압박이었던 것 같다.


공황장애나 사직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나도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은 적이 있다.

밀려오는 회사 업무와 내 위치가 주는 무게감이 더해져 잠이 오지 않고 머릿속에서 계속 일 생각이 나는 거다.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고... 잠을 자야 한다는 건 알지만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결국 새벽 3시까지 머릿속으로 일하다 벌떡 일어나서 노트북을 켜고 손과 눈으로 일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건만 당시에는 그 일을 지금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 마냥 종종 거리며 나를 채찍질 해댔다. 그러다가 나는 갑상선에 문제가 생겨 내 상황을 직면할 수 있게 되었다.


심각한 압박이나 스트레스가 신체화 증상이 아니라 정신적 문제로 발현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어느 편이 더 나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신체화 증상으로 발현되어 가시적인 진단과 추적 가능한 데이터를 볼 수 있는 편이 모두에게 약간이라도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러니 신체화 증상뿐 아니라 정서적인 문제로 확장되어 사회활동과 일상생활에까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더 큰 이중 고통을 겪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주인공으로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정신병동 환자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몇 가지 각성이 된 것 같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극화되어 보인 부분이 있겠으나 그럼에도 내 인식에 변화를 준 것이라서 써 본다)


첫째,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나름 열심히 살던 사람들 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째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고 있는 한 청년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잠시 들린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게임 세상을 실제 세계로 통째로 바꾸어 버리고 만다. 그에게 병동의 간호사는 중재자이고 저 쪽에서는 커다란 공룡이 날아오고 늘 전투에서 이길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중년의 여성은 회사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된 딸의 일 처리 중에도 회사에서 결정을 요하는 전화는 쉬지 않는다. 딸아이 일로 인한 충격과 벗어날 수 없는 회사 업무의 무게로 여성은 순간순간 기억을 잃은 채 딸 폭력 가해자 엄마에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친하게 먼저 말을 건네고 만다.

태어날 때부터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뇌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멘털이 약하여 정신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도중에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충격을 경험했거나 일방적이고 정서적인 폭력을 경험한다면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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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누구나 정신질환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드라마에서는 간호사가 환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자신을 우울의 늪으로 잠식시켜 숨어버린다. 정신병동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정신병동에 환자로 입원한 것이다. 나는 드라마의 이 같은 설정에 약간 놀라긴 했지만 그만큼 우울이나 불안 같은 질환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것 인가보다 했다. 실제로 이 드라마에서는 간호사뿐 아니라 유능하다는 의사도 강박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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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기분이 좋았지만 오늘은 안 좋을 때가 있다.

아침에는 의지적으로 러키비키 한 하루 보내자 하지만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기분 상하고 계획 틀어지고 나면 한숨과 함께 오늘은 뭐가 안 되는 날이네 생각하곤 한다.

정신질환을 당사자가 이겨낼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질환에 이르기 전에 매일 일상에서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는 일에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잠시라도 차분하게 앉아서 내 생각과 마음 상태를 진단해 보는 일 말이다.


나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한 갑상선 질병을 겪으며 무서웠다.

그래서 정신이 번뜩 차려졌고 그 이후로 업무를 대하는 내 자세를 수정해 나갔다. 집에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나를 위한 시간 한두 시간쯤 만들어두었고, 글을 읽고 쓰기도 했다.


나를 돌본다는 것은, 자기 연민이나 자기 위로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때론 자기 질책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자기 직면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못한다, 안 한다고 말도 하고 잘못했다 미안하다는 말도 하게 되는 법 아닐까 (이 말은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염두하며 하는 말이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탓하고 질책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밝혀둔다).

성숙은 싫더라도 자신의 실체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며 생각과 태도, 행동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다. 다만 살아가면서 누구나 고통을 겪을 수 있고, 그 고통의 크기는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것이므로 지나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므로 비난받거나 소외되서는 안된다. 곁에 있는 가족, 친구들의 사랑과 이해가 고통 속에서 한발 내밀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세상, 곳곳에 온갖 욕설과 짜증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제정신으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긴 하지만, 내 상황은 내가 챙겨야 하니 밥그릇뿐 아니라 내 생각과 마음 그릇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하루를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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