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홍규 작가 절망한사람
"무언가를 깊이 절망한 사람은 그 무엇인가를 깊이 사랑하는 사람과 분간하기 어렵다.
깊은 절망은 깊은 사랑과 닮은 구석이 있다.
p191 손홍규 절망한 사람
그림전시가 교회에서 있었다. <벧엘 하나님의 집으로 가는 길>이다. 이 작품은 야곱의 형 에서의 장자권을 훔치고 야반도주 중이다. 라반 삼촌댁으로 가는 길에 자기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극도의 불안 상태에서 돌베개를 베고 눕는다.
며칠간 매일 홀린 듯 서게 된다.
"그러면서 나는 타인들 역시 무엇을 잃었는지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누군가 무언가 하나씩은 잃고 사는 것 같았다. 눈에 되는 것일 수도 있었고 눈에 띄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P188
손홍규 작가의 아버지가 탈곡기에 손가락을 잃고 난 그 기억과 시간이 이 자전적 에세이의 근원이었다.
이 철근 같은 무게감에 소설을 읽고 난 후에도 내 맘 속에 계속 자리 잡았다. 비 내리고 난 후의, 짙어진 고동색의 상수리나무처럼 드리워졌다.
그림 속 벧엘로 가는 사다리가 겹쳐져 보인다.
돌베개를 베고 까만 밤하늘 그는 홀로 되어 천사들과 함께 사다리를 오르내린다.
"당신의 손가락 하나가 내 가슴속에서 오래도록 영글어 내가 되고 소설이 되었음을 말해주고 싶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당신들 속속들이 알아서가 아니라 잘 알지 못해서, 알고 싶어서, 알아야만 하므로 소설을 쓴다는 걸. 나는 당신의 발자국을 따라 이야기를 줍는 사람일 뿐이다. 걸을 때마다 연꽃이 피어나는
전설의 인물처럼 살아오 걸음마다 이야기를 남겨둔 당신들이 있어 행복하다. P192
몇 년 전 반포장 이사를 했었다. 짐도 많이 버렸는데 아직도 한참남은 짐이 보인다.
추운 겨울 몸이 후 달렸다. 그 밤늦도록 남편과 나는 아무 말하지 않고 고요함 속에 손으로 싸고 소리만 났다.
사랑이라는 침묵의 시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