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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들은 다 떠나가네요>

떠나보내는 마음, 우리 안에 작은 빛이 남는다

by 숨결biroso나

<남은 것은 빛이 된다>


사랑하는 것들은 다 떠나가네요.
보내지 않아도
보내야 하네요.

매일 불렀던 이름,
손끝에 닿던 체온,
익숙한 눈빛과 웃음들,
그 모든 것이 언젠가는
저만치 걸어갑니다.

마음은 자꾸 쥐어주는데
시간은 손을 펴라 하고,
세상은 가야 한다 말합니다.

그래도, 함께했던 날들은
우리 마음 안에 빛으로 남아 있겠지요.








인간은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고개를 숙입니다.
평소엔 무심히 지나쳤던 숨 하나, 체온 하나가
막막한 이별 앞에서는 얼마나 귀했고, 얼마나 찬란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보낸다는 말은 손을 놓는다는 뜻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자리를 우리 마음 안으로 옮겨놓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다 전하지 못한 사랑이
그제야 가만히 다가와 빛처럼 남습니다.

죽음은 문을 닫지만,
사랑은 그 너머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이순재 배우님께서 2025년 11월 25일 새벽 향년 91세로 별세하셨습니다. "






오늘, 긴 시간 우리에게 스며 있었던 한 배우님이 별세하셨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차분하고 단단한 목소리, 문장 하나를 말할 때도 진심을 담아내던 표정,

한 시대를 지탱해 온 품격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한참 동안 마음을 멈추게 합니다.


“연기는 결국 사람을 알아가는 일이다.”


그 문장은 배우의 철학을 넘어
그분의 생을 온전히 설명하는 작은 좌우명처럼 남습니다.

우리는 지금 한 시대의 마지막 숨을 바라보며
그가 남긴 길 위를 다시 걷고 있습니다.
그의 생은 끝났지만, 남겨긴 마음의 무늬는 우리 안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더없이 겸손해집니다.

평소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흘려보내던 숨 같은 말들, 가볍게 지나치던 미소 한 번,

그 모든 것이 얼마나 귀했는지

이별이라는 문턱 앞에서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우리가 떠나보내는 것은 단지 한 사람의 생이 아니라 함께 쌓였던 시간의 무게입니다.

스크린 속 얼굴이었지만,

어느새 우리의 가족처럼,

오래 함께한 선생님처럼,

삶의 기둥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름이 지닌 무게는

그의 연기보다 더 넓은 자리,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조용히 보여준 태도였습니다.

매 장면마다 흐트러짐 없는 성실함,

나이를 넘어 계속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흔들림 없는 자세.

그 삶의 결이 깊은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죽음 앞에서는 어떤 침묵도 너무 길지 않습니다.

그 숙연한 순간은 살아온 시간 전체를 한 겹 벗겨 가장 맨몸의 삶만 남기게 됩니다.


삶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어떤 얼굴로 서 있을 것인가,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그 숙연해지는 물음표 앞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알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을 더 진실하게, 더 다정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밤입니다.




떠나는 존재는 사라지지만,
남겨진 사랑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사랑이 마음속에 고요히 번질 때,
우리는 비로소 누군가를 끝까지 사랑했다는 마음을 기억합니다.

보내야 할 이별 앞에서 숙연한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이 우리의 삶을 진실되게 만드는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그 별이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도 잔잔히 빛나기를 기도하며,





"별은 저물어도 그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몆 년 전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연기하시던 배우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떠나보내는 일은 언제나 아프지만, 그 아픔 속에서 우리는 삶의 진심을 가장 가까이 만납니다.

죽음이 머무른 자리에도 사랑은 남아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조용히 적어두고 싶었습니다.

이 짧은 기록이 누군가의 오늘을 조금이라도 밝혀주기를 바라며.





#별이진저녁 #떠나보내는마음 #조용한빛 #이별의온도 #삶을돌아보다 #배우이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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