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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몰랐어요, 엄마 마음을>

그 시절 몰랐던 사랑

by 숨결biroso나



그날은 아무 일도 없던 평범한 오후였다.

학원에서 돌아온 딸의 말투가 툭툭 부딪혀왔다.

나는 처음엔 참았고, 두 번째에도 넘겼지만

세 번째엔 결국 터지고 말았다.


"너, 왜 이렇게 예의가 없니?"


딸은 말없이 문을 꽝 닫고 들어갔고,

나는 텅 빈 거실 소파에 멍하니 앉았다.


문득,

어릴 적의 내가 떠올랐다.


사춘기 시절,

엄마에게 대들고 소리 지르던 나.

그때의 엄마는,

지금 내 나이 즈음이었을 것이다.


늘 예민해 보이고,

자주 화를 냈고,

혼자서만 분주하게 움직이던 얼굴.

그 표정이, 그때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 표정을 나도 짓고 있었다.

딸과 마주할 때마다

엄마의 그 얼굴이 자꾸 겹쳐 보였다.


그땐 몰랐다.

엄마도 나처럼,

딸에게 미안했을 거라는 걸.

화를 내고 돌아서선,

혼자 울었을 수도 있다는 걸.


엄마도 분명,

누구보다 내 마음을 알고 싶었을 텐데

그땐 너무 어린 내가

그 마음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딸과 함께 살아가며

나는 자꾸만

엄마의 마음과 마주친다.


그 마음은

말보다 길었고,

표현보다 깊었다.

때로는

침묵으로도

다 전하고 있었던 마음.


나는 이제야 조금씩,

엄마의 그 마음을 배워가는 중이다.

딸을 키우며,

엄마를 기억하고,

그 속에서

비로소 ‘나’라는 사람을 더듬어 간다.


내가 몰랐던 사랑 안에서,

나는 자라고 있었다.





"그 시절 몰랐던 사랑이

이제야 마음에 닿습니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엄마의 숨》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당신의 기억에도 다정히 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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