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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아팠겠지, 나처럼>

그때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by 숨결biroso나


눈을 떠도, 깨어난 것 같지 않은 아침.
몸을 일으키는 데
의지보다 의무가 먼저였다.

어깨는 늘 굳어 있고,
팔은 내 팔 같지 않고,
머릿속은 희뿌연 안개처럼 멍했다.

이러다 말겠지,
다들 그렇다니까.
그렇게 또 하루를 넘긴다.

그러다 문득,
엄마가 떠오른다.


어릴 적,
엄마는 자주 불 꺼진 방 안에 누워 계셨다.
거실에 소리만 무성한 채,
엄마는 혼자 조용히 누워 있었다.

“왜 저러고 계시지?”
“나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그땐 정말… 그렇게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그냥
지친 거였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아팠던 시간.

말해도 달라지지 않으니까,
그저 눕는 수밖에 없었던 날들.

요즘의 내가 그렇다.
아무도 모르게 무너지는 기분.
아무도 눈치채지 않길 바라는 마음.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데,
왜 이렇게 외롭고
왜 이렇게 자주 눈물이 날까?

그러다 아이가 묻는다.
“엄마, 요즘 왜 자꾸 화내?”

나는 말문이 막힌다.
그 말,
예전에 내가 엄마한테 했던 말인데,,,

엄마도 분명,
나처럼 피곤했을 것이다.
나처럼 속상했고,
나처럼 자주 아팠을 것이다.

그런데도
늘 밥을 챙기고,

여기저기 파스를 붙이고,
가족들 앞에 웃는 얼굴로 서 있었지.
그게 엄마니까.
그걸 엄마니까, 해야 한다고 믿었으니까.

나는 이제 안다.
엄마가 나이 들어서 아팠던 게 아니라,
너무 오래
자기 자신을 잃어가며 살았기 때문에
아팠다는 걸.

그 시절의 엄마는
지금의 나처럼,
도망갈 구석 없이 하루를 견디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엄마한테 전화를 걸 때면
이상하게 목이 멘다.


" 엄마. 고마워요."
그 말이 왜 이리 늦게야 나왔을까?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이제라도 안간힘을 쓰는 걸 보면

나도 분명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매일매일

전화 한 통화라도 드리고

엄마에게 전화가 오면

기다리실까 황급히 전화를 받는다.


때마다

시절의 엄마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아무 말 없이 누워 있던 그 방,
그 안에 담긴 수많은 마음들이
이제야, 천천히 들리는 것 같다.

“엄마, 그땐 왜 말 안 했어?”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지만,
나는 대신 묻는다.
엄마, 몸은 좀 괜찮아?”

그 한마디를 건네고 나면,
엄마가 그제야 안도하는 숨을 내쉬는 게 들린다.

그리고 나는,
내 아이에게 오늘 하루 어땠는지 물어보려고 한다.
내가 몰랐던 엄마의 마음을
이제 내 아이에게 먼저 건네고 싶다.

사랑은 말보다 늦게 도착하지만,
마음이 닿으면 그제야 시작되는 걸지도 모른다.





"당신이 아팠던 시간 위에,

이제야 내가 마음을 얹습니다."

by 숨결로 쓴다 ⓒ biroso나.


《엄마의 숨》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당신의 기억에도 다정히 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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