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로 되어가는 시간
새벽은 늘 어딘가 조금 느슨하다.
단단했던 하루가 조용히 풀리는 틈이다.
어둠은 벽에 기댄 채 멈춰 있고,
빛은 아직 멀리서 숨죽이고 있다.
그 사이에서 나는
나를 꾸미지 않아도 괜찮다.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다.
아무도 묻지 않는다.
‘괜찮았니’라는 말조차 잠든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말없이 한 문장을 적는다.
조금 서툴러도,
조금 길어도 괜찮은 문장을.
단어 앞에 멈춘
말이 되기 전의 마음은 숨결처럼 맴돈다.
그 느린 시간 속에서
나는 가장 솔직해진다.
잘 쓰려는 마음이 사라질 때
쓰지 않아도 시가 시작된다.
늘 바쁘게만 흘렀던 마음이
이제야 숨을 고른다.
무언가 하지 않아도
충분한 시간이 이 새벽엔 있다.
창밖 나무도,
창틀의 먼지도
오늘만은 시인이 된다.
어디에도 흐르지 않는 고요 속에서
나는 그저 잠시,
머물러 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런 새벽이 쌓여
나는 내가 되어간다는 것을.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biroso나의 감성 연재 브런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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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 목 《그 때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화 /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수 / 일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토 / 일 《말없는 안부》
월 / 화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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