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말하지 못한 그리움, 할머니
어릴 적 여름방학이면
우리가족은 늘 할머니 댁에 갔습니다.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마을 어귀에 내려 논두렁이 보이면 나오는 그 집.
할머니 댁에 도착하면,
항상 할머니가 미리 삶아두신
감자가 따뜻하게 담겨 있었어요
소금에 찍어 먹으면,
도시에서 먹던 간식보다 훨씬 맛있었죠.
긴 장독대 옆에는 된장 냄새가 배어 있었고,
방 안에는 포근한 할머니 이불이 있었습니다,
그건 어쩌면 할머니의 체온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밤이면 모기장을 치고,
할머니는 제 옆에서 긴 숨을 쉬며 잠드셨죠.
귀밑에 손을 꼭 모으고 주무시던 모습이
닿을 듯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할머니는 늘 ‘괜찮다’고 하셨어요.
허리가 아프셔도 괜찮다,
논일 나가다 넘어지셔도 괜찮다,
오히려 우리 걱정을 먼저 하셨지요.
그러다 어느 해 겨울,
방학 때 찾아간 마당엔
할머니의 장독도, 그 이불 냄새도 없었습니다.
병원이라는 낯선 장소에서,
하얗고 낯선 옷을 입은 채
할머니는 저희를 기다리셨고
곧 먼 길로 떠나셨습니다.
이제는 할머니께 드릴 말씀이 너무 많습니다.
지금은 저도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거든요.
할머니가 그랬듯
누군가를 먼저 걱정하고
먼저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제 안에서 자라고 있어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이 말부터 드리고 싶어요.
“그때도, 지금도, 늘 그립고 사랑합니다.”
말하지 못한 그리움이 여운으로 남습니다.
그 마음은
지금도 조용히, 제 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할머니란 이름은
마음 한편에 오래도록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다음화 예고)
7화 〈꼬리를 흔들며 날 기다리던 너에게>
- 어릴 적 반려견 해피에게
안부는 때로, 말보다 오래 기억되는 마음이다.
그 조용한 안부들을 모은 《말 없는 안부》는
매주 토/일요일, 천천히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biroso나의 감성 연재>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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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 목 《엄마의 숨》
화 /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화/ 토 《숨쉬듯, 나를 쓰다》
수 / 일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토 / 일 《말없는 안부》
일 / 월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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