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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스민 자리, 초록이에게>

8화 화분 안에 남은, 엄마의 안부

by 숨결biroso나


집 한켠, 늘 지나치던 창가에
언제부턴가 말없이 자리한 화분이 있었습니다.
엄마가 주셨던 초록이이었죠.
“예쁘게 키워”
엄마는 그렇게 웃으며 건넸고
나는 잘 키울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처음엔 매일 물을 주고
작은 잎 하나가 돋을 때마다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잊었습니다.
그저 바쁘다는 이유로
화분 앞을 지나치기만 했습니다.

잎이 하나둘 말라가고,
줄기가 휘어질 때쯤에서야
나는 서둘러 물을 주었죠.
하지만 이미 기운을 잃어버린 초록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살아 있는 것들은
한 번의 관심으로는
끝까지 가지 않는다는 걸.

그 후로, 나는 왠지
더 강인한 것들만 곁에 두려 했습니다.
죽지 않는 것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버티는 것들.



엄마는 알았을까요?
내가 화분 하나 지키지 못한 마음으로
얼마나 오래 괜찮은 척했는지.


어느 날, 오래된 화분 앞에 섰습니다.
더이상 버틸 기미도 없어보이는 그 화분.


그 안엔 아마도
엄마가 나에게 건넸던 믿음,
그리고 나조차 잊어버린 마음이
조용히 남아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생각합니다.
그 작은 화분이 아니라,
그 안의 마음을
나는 지키지 못한 게 아닐까 하고.

살아 있다는 건,
자주 마음을 주고,
자주 돌아보는 일이었겠지요.

화분 앞에 앉아
말라버린 줄기들을 한 번 쓰다듬고,
창가로 스며드는 햇빛을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여전히, 그 화분 안엔
마음이 스민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그것이 오래도록 나를 붙잡고 있었던 것처럼요.






“마음은,

가장 약한 곳에 스며들어 오래 살아 있습니다.”
by 숨결로 쓴다 ⓒ biroso나.



다음화 예고

9화 <이제는, 나에게 안부를 묻는다>

안부는 때로, 말보다 오래 기억되는 마음이다.
그 조용한 안부들을 모은 《말 없는 안부》는
매주 토/일요일, 천천히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biroso나의 숨결 감성 연재>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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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 목 《엄마의 숨》
화 /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화/ 토 《숨쉬듯, 나를 쓰다》
수/ 금 《다시, 삶에게 말을 건넨다》
수 / 일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토 / 일 《말없는 안부》
일 / 월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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