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시아버지께, 남겨둔 마음 하나
큰딸을 처음 안겨드린 날,
시아버님의 두 눈이 반짝 빛났던 것을 기억합니다.
“어쩜 이렇게 작을 수가 있냐.”
그 말씀을 하시며
그 조그만 손을 어쩔 줄 몰라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또렷합니다.
그날부터 시아버지는
그 손녀의 작은 손가락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연신 웃음을 터뜨리셨습니다.
웃다가 눈가에 금세 눈물이 맺히셨던 날도 있었지요.
큰손녀는 아프기도 했고
늘 조심스레 다뤄야 했지만
시아버지는 매번
“괜찮다, 괜찮다”라고 다독이시며
자주 품에 안아주셨습니다.
그 품이
딸보다도 더 단단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 아이를
몇 번이고 안아주셨던 손.
말수 적으셨던 분이
“우리 손녀”라며 꺼내실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말조차 울컥하게 들렸습니다.
그렇게
시아버지는 큰딸만 보고 떠나셨습니다.
둘째 손녀는,,,,,
끝내 보지 못하시고요.
그게, 참 마음에 걸립니다.
그 아이를 보여드렸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그 아이도
할아버지를 꼭 한 번 안아봤으면 좋았을 텐데요.
이따금
그 아이가 웃을 때면
당신 생각이 납니다.
손녀들이 자라며 하는 말투 속에
어쩌면 시아버지의 따뜻함이
조금은 살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봄이 오고,
우리 딸들이 자라고,
시간이 참 많이 흘렀지만..,,
그 손길은
아직도 기억 속에 살아 있습니다.
말은 못 했지만,
그저 옆에 있는 계신 만으로도
당신은 늘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조금 더 자주, 따뜻하게
그 손을 잡아드렸다면 좋았을 텐데요.
이제는
그 손을 잡아드릴 수는 없지만,
그 마음은 오래도록 안고 가겠습니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다음화 예고
안부는 때로, 말보다 오래 기억되는 마음이다.
그 조용한 안부들을 모은 《말 없는 안부》는
매주 토요일,일요일 천천히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biroso나의 숨결 감성 연재> 계속 됩니다.
───────────────
1) 월 / 목 《엄마의 숨》
2) 화/ 목 《별을 지우는 아이》
3) 화 /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4) 화/ 토 《숨쉬듯, 나를 쓰다》
5) 수/ 금 《다시, 삶에게 말을 건넨다》
6) 수 / 토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7) 토 / 일 《말없는 안부》
8) 일 / 월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