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묻지 않았지만, 오래 남은 아이의 눈빛
그 아이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내가 건넨 말에 대답하지 않아도,
그 눈빛은 항상 나를 따라왔다.
주말마다 작은 봉사를 다녔다.
그곳에서 만난 한 아이는 유난히 조용했다.
이름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그 눈빛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또 올게."
나는 그렇게 말했다.
한 번도 빠짐없이 그렇게 인사하고 나왔고
다음에도 당연히 다시 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결혼을 준비하느라,
곧이어 찾아온 입덧과 몸의 변화로
나는 그 아이에게 다시 가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어느 날,
나도 모르게 그 아이를 놓쳤다.
내가 다시 찾지 않았다는 걸,
아이도 알았을까.
그런데도 그 아이는
왜 안 오느냐 묻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인다.
말줄임표 같은 그 눈빛이
지금도 문득문득,
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제 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그 아이의 눈빛이,
우리 아이 눈빛과 비슷해 보일 때가 있었다.
괜히 미안하고, 괜히 고마운 마음이 겹친다.
말은 없었지만,
그 아이는 분명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 말줄임표 같은 눈빛으로.
나는 아직도,
그날 그 아이의 눈을 기억한다.
사라졌지만, 지워지지 않는 눈빛.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한 번도 잊은 적도 없었던.
지금 어디서든,
그 눈빛 그대로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 있기를.
이 마음이 닿는다면,
그저 그렇게만.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biroso나의 숨결 감성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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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 목 《그 때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화 /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수 / 일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금/ 토 《숨쉬듯, 나를 쓰다》
토 / 일 《말없는 안부》
일 / 월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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