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10살이던 내 하루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날이었다.
나의 하루는 항상 어머니의 부산스러운 아침 준비로 시작됐다.
아침 준비가 끝나면 어머니께서,
"일어나서 밥 먹어!"를 외치며, 내가 꽉 끌어안고 있는 이불을 뺏어갔다.
그럼 나는, 내 일부를 강탈당한 듯 허우적거리며 다시 이불을 찾다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이 내 하루의 시작이자 루틴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그 익숙한 고함이 아니었다.
내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귀로 흘러들어왔다.
나는 눈을 부스스 뜨며 비몽사몽 한 상태로 일어났다.
일어나서 창 밖 너머를 바라보자, 아직 해가 다 뜨지 않은 새벽이었다.
명백히 평소와는 다른 하늘의 색깔이었다.
내 하루가 아직 시작될 시간이 아니었기에, 나는 어머니께 반문했다.
"왜 깨웠어?"
"지금 나가봐야 하니깐 나갈 채비 하렴."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말투로 어머니께서 말하셨다.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머니는 조용히, 나와 누나의 옷을 갈아입히셨고,
아버지는 이미 나갈 채비가 끝난 상태로 침대에 앉아계셨다.
새벽의 적막 탓이었을까. 우리 집에도 조용함이 서리처럼 서려있었다.
준비를 마치고 우리 가족은 모두 차로 향했다.
나는 어디를 가기에 이렇게 고요함이 내리 앉은 새벽에 분주하게 움직이는지 궁금했다.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부모님께 물었다.
내가 일어났을 때부터, 조용히 계시던 아버지께서 조용히 입을 여셨다.
"할아버지 장례식 간단다." 그 말을 하시고, 부드럽게 웃으시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가족은 차에 타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으로 가는 내내, 나는 운전대를 잡으신 아버지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거뭇했던 하늘을 푸르른 하늘빛이 물들여가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누나, 나. 그 누구도 차 안에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고요로 가득 찬 차 안에서, 나는 고요를 자장가 삼아 잠에 들었다.
차가 멈춰 선 곳은, 그 장소가 평범과는 다르다는 것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 장소의 사람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친척들 또한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 낯선 모습이, 낯선 장소와 엇물리자, 나는 그 자리와 시간이 현실이라 느껴지지 않았다.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는 상황 속에서, 나는 해야 할 것이 없었다.
마치 이 세상에 나만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장례식장의 상주 대기실에 있었다.
장례식장의 작은 상주 대기실에서, 나는 무릎을 감싸 안고 가만히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찾아오셨다.
사람들이 찾아와서 아버지와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 속 할아버지를 향해 절했다.
그 후, 장례식을 찾아오는 모두가 술잔을 기울이며 어색한 웃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상주 대기실의 문틈 사이로 보이는 그 모습들을, 눈을 깜빡이며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상주 대기실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순간을 마음속에서 그렸다.
할아버지와 함께 개울가에서 통발로 민물새우를 잡던 순간.
헤어질 때 내 손에 지폐를 쥐어주시던 순간.
우리가 떠날 때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시던 순간들.
할아버지와의 순간이 끝으로 향할수록, 함께 나들이하던 장면이 점점 희미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내 기억 속 할아버지는 늘 누워 계셨고, 움직임은 느려지고 말수도 줄어들었다.
나는 내 옆에 있던 첫째 사촌 형에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돌아가셨어?"
"주무시다가 조용히 돌아가셨어.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 사촌 형은 나의 등을 토닥였다.
"응. 그렇구나."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서 나는, 색을 잃은 흑백 속 할아버지를 마주했다.
영정사진 속 할아버지는 무뚝뚝하게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그날은 그저 긴 하루처럼 느껴졌다.
3일 동안 이루어진 할아버지의 장례식은 조용히, 조심스레 흘러갔다.
나는 작은 상주 대기실에서 무릎을 꿇어 안고 있다가 피곤에 겨워 잠에 들었다.
3일 동안의 내 첫 장례식은 그렇게 조용히, 조심스레 흘러갔다.
장례식이 끝나자, 평소와 같은 하루가 찾아왔고 나는 학교에 등교했다.
분명 다시 평범한 하루가 돌아왔지만, 며칠 사이만에 교실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친구 한 명이 나를 보자마자 나를 향해 인사했다. 나도 친구를 향해 인사했다.
내 곁으로 온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 3일 동안 어디 갔다 왔냐?"
친구의 물음에 나는 덤덤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장례식 갔다 왔어."
"괜찮아?" 친구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장례식에서는 실감하지 못했던 진실이, 그제야 내 마음을 덮쳤다.
더 이상은 할아버지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함께 나들이 갈 수 없다는 고독이 가슴을 덮쳤다.
나는 교실에서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 눈물과 함께 흘려보내야만 했다.
장례식 동안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실을,
할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그 사실들을, 교실에서 눈물과 함께 흘려보내야 했다.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슬픔을 감추고 있었다.
이렇게나 아픈 슬픔을 장례식에서 모두가 버텨내고 있었다.
그 슬픔을, 나는 장례식이 끝난 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죽음은 이렇게 아픈 건 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10살의 봄과 여름 사이의 어느 날, 나는 그 사실을 내 마음에 깊게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