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에게는 너무 어려운 공부, 공부
내가 있던 반포동의 수학 전문 학원에는 주로 중고등학생이 많았는데, 내가 들어가면서 초등부가 새롭게 신설되었다. 최근 대학 입시를 유치원 때부터 준비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초등부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레 증가한 듯하다.
교실에 들어올 때부터 “선생님, 배고파요!”, “오늘은 휴일인데 왜 공부하는 거예요?”, “힘들어요오~~!” 하소연하며 들어오는 아이들. 혹시나 선생님이 달콤한 간식을 주시려나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내내, 나는 그 눈빛들과 매일 기싸움을 해야 했다.
‘그래, 너희들 마음 다 알아. 한창 놀고 싶을 나이에 1년 이상 선행하는 수학 진도와, 바뀐 교과 과정 속 긴 문장제들이 얼마나 하기 싫을지 나도 잘 알아.’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켰다간 아이들이 학교에서 더 심한 경쟁을 이겨내기 어려워지고, 집에서도 힘들어질 것을 잘 알기에, 살짝 엄격한 표정과 목소리로 모른 척했다.
꽁당꽁당내 잔소리를 들으며,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연습해 두는 것이 결국 아이에게 더 나을 테니까.
물론 약간의 금전적 투자는 필요하다.
단원평가 100점엔 응당 원하는 선물을 안기고, 원장님 몰래 유기농 간식을 살짝 준비한다.
공부를 정말 싫어하던 개구쟁이 녀석이 말한다.
“선생님, 저는요 펴~엉생 이 학원 다닐 거예요. 단원평가 선물 받아야 하니까요.”
‘그래, 그러자. 선생님이 평생 책임져 줄게.’
어느 날, 작은 신입생이 새로 들어왔다. 너무 어리면 학습 태도를 잡기 어려울까 걱정했는데, 그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제 겨우 초등 1학년인 그 아이는 너무도 의젓하게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문제를 풀어냈다. 마치 잘 훈련된 기술자처럼.
8살의 나이에 벌써 초등 3학년 2학기 최상위 수학을 풀고 있었는데, 아마 적잖이 힘든 모양이었다.
곁눈질로 나를 살짝살짝 살피더니, “어려운 문제가 있니?”라고 물으면, “네에……” 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걱정 마. 선생님이 자세히 설명해 줄게.”
그렇게 말하면 대답 대신 씨익 웃어 보인다.
“평면도형이 어렵게 느껴지지? 그건 아직 많이 연습해보지 않아서 그래. 문제를 풀다가 모르거나 실수하면 틀릴 수도 있지. 언제든 선생님이 도와줄게.”
하지만 그 아이의 눈빛은, 내 친절이 오히려 조금 불편해 보이는 듯했다.
시간이 지나 조금은 친해진 어느 날, 아이는 살며시 털어놓았다.
“저는 영어 학원이 싫어요. 엄마랑 공부하는 건 무섭구요.”
그제야 비로소, 그동안 말이 아닌 눈빛으로 그 아이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아주 작은 손으로 꼼지락꼼지락, 웬만한 어른도 하기 어려운 영작을 해내고, 이해하기 어려운 수학 문제를 연습한 대로 풀어낼 때, 부모님께는 분명 자랑스러웠을 테지만 그 아이는 세상이 무척 겁났을 것이다.
잠시 만났던 선생님의 이야기가 그 아이의 기억에 남기를 바라본다.
“걱정하지 마. 모를 수도 있지, 틀릴 수도 있지.
앞으로 평생 공부해야 하는데, 지금부터 너무 겁나면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