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틀째 하늘에서 끊임없이 설탕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친구들과 크리스마스에 재은이 집에서 놀기로 했다.
재은이는 크리스마스이브날이 생일이라서 생일파티도 하고 크리스마스도 같이 보내기로 했는데,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어른들이 석가래로 계속 눈을 치우고 삽으로도 치우는데 치우면 또 쌓이고 밤이 되면 꽁꽁 얼어서 길이 많이 미끄러우니까 엄마는 넘어지면 다친다고 재은이 집에 가지 말라고 했다.
' 나 재은이 생일선물도 준비해 놨어 꼭 가기로 했으니까 보내줘 엄마 '
' 서덕말 언덕이 을매나 미끄러운데 올라가지도 못혀 '
' 예숙이 손잡고 조심해서 갔다 올게 '
' 즈애비 닮아서 고집은 '
' 응 나 아부지 닮았어 갔다 올게 '
' 몰러 다쳐도 그만이여 맘대로 혀 '
재은이 생일선물로 주려던 공책 두 권을 예쁘게 포장해서 끌어안고 예숙이네
집으로 갔다.
' 예숙아 가자 '
' 응 금방 나갈게 '
예숙이는 방울이 달린 털모자를 썼는데 목도리에도 방울이 달랑거렸다.
' 그 모자 이쁘다 '
' 웅 우리 할무니가 뜨개질해서 만들어준겨 너도 해주라 할게 '
' 웅 나는 노란색 좋아해 '
' 그래 알았어 이제 가자 '
재은이네 가려면 언덕이 있는데 엄마말대로 진짜 미끄러워서 예숙이와 나는 덜 미끄러운 데를 골라서 걸어도 쭉쭉 미끄러지고 엉덩방아도 여러 번 찧었다
그러다가 또 미끄러졌는데 내 발목이 삐끗해서 무척 아팠는데 엄마한테 혼날까 봐 안 아픈 척하고 간신히 언덕을 지나서 재은이 집에 도착했다.
재은이 엄마가 차려주신 생일상에 잡채하고 고기 미역국 수수팥떡이 엄청 많아서 미정이 미옥이 예숙이 옥경이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와 맛있겠다 하면서 ' 잘 먹겠습니다 ' 인사를 한 다음 순식간에 음식을 다 비웠더니 재은이 엄마가 ' 크는 애들이라 개눈 감추듯 하네 ' 하시면서 과자도 주시고 사탕도 주시면서 크리스마스라서 준비한 거라 말씀하셨다.
' 와 ~~ 송재은 너네 집 최고여 진짜 맛있어 생일 축하해 '
우리들은 각자 준비한 선물을 재은이에게 주고 생일축하 노래도 불렀다.
재은이 쌍둥이 남동생들이 춤을 추면서 계속 노래 부르라고 해서 우린 징글벨 노래도 불러주었더니 재은이가 이제 자기 방에 가서 놀자고 했다.
낮에 잠깐 그쳤던 눈은 밤이 되면서 또 하얗게 하얗게 쏟아지고 재은이 아버지는 우리가 추울까 봐 군불을 때시면서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 일찍 자라고 하셨는데
우린 재은이네 집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도 추면서
' 메리크리스마스 메리크리스마스 ' 를 외치고 성탄절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신나게 놀았다.
다 같이 재은이 집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발목이 너무 아파서 난 잘 걷지도 못하겠는데 집에 가면 엄마한테 혼날 것 같고 또 빙판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집에 가지 걱정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오셨다.
' 아부지 어떻게 왔어 ? 나 넘어진 거 봤어 알고 온겨 ? ' 했더니
' 아녀 길이 미끄러워서 위험하니까 데리러 왔지 근대 벌써 다친겨 어디 봐봐 어딜 다친겨 ?
' 응 어제 오다가 미끄러졌는데 일어나니까 아퍼 '
' 그러게 엄마말 듣지 큰일이네 이거 미끄러워서 한의원도 못 가는데 '
' 괜찮어 엄마한테 말하지 말어 나 엄청 혼난 단말여 '
길이 미끄러워서 아버지 손을 잡고 걷는데도 몇 번씩 또 넘어지면서 간신히 집에 왔는데 발목이 퉁퉁 부어있었다.
' 지집년이 똥고집을 부리더니 발모강지가 부러져서 온겨 ? '
엄마는 화를 내면서도 뜨거운 수건으로 발목을 계속 주물러주셨다.
' 아이고 속상혀서 내가 죽거 써 그러게 가지말랬잖어 어른도 픽픽 미끄러지는 길을 뭣하러 가 그러게 '
' 미안해 엄마 다신 안 그럴게 '
' 미안한 건 아나 부네 움직거리지 말고 가만 누워있어 '
' 응 알았어 화내지 마 무서워 '
산타할아버지 선물이 없어도 우리는 크리스마스가 재미있고 즐거웠다.
그 겨울 다친 발목 때문에 많이 놀지는 못했어도 재은이네 집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친구들과 놀았던 그 시간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기쁜 크리스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