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마실 28화

맹장

아버지

by 서윤

맹장


학교를 마치고 상심이랑 걸어서 집으로 오는데 따끔따끔 아랫배를 바늘로 찌르는것 같이 아팠다.

조금 더 걷다보니 이번엔 아랫배가 끊어질 듯 아파서 다리를 떼어놓지 못할 거 같아서


' 상심아 나 배 아퍼 '

' 뒷간 가고 싶은겨 ? '

' 아니 누가 바늘로 찌르는것 같어 '

' 여기 앉아있어봐 야 너 땀나 어떻게 아픈지 말해봐 '

' 응 그게 여기 아래쪽 배가 엄청아퍼 '

' 여기 가만히 앉아있어 내가 뛰어가서 니네 엄마 오시라할게 '

' 빨리와 나 많이 아퍼 '


얼마를 기다렸을까 아래쪽 배가 숨만 쉬어도 아파서 일어설 수도 없었다.

그때 저 멀리 아버지가 빠르게 걸어오시는게 흐릿하게 보였고 그 뒤로 상심이랑 엄마도 따라오고 있는게 보였다.


' 아부지 나 배가 아퍼 '

' 그려 어뜨케 아퍼 똥 매려울때 같이 아퍼 아니믄 다르게 아픈겨 ? '

' 몰러 똥매려운거 아녀 '

' 그려 그려 아부지한테 업혀봐 '

' 응 '


아픈배를 누르면서 아버지 등에 업혀서 집으로 왔는데 점점 더 배가 아파와서 엉엉 울었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엄마는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소리를 지르시고 아버지는 버스시간이 멀었다면서 조금 기다려보자고 하셨다.


' 아부지 나 배가 아퍼서 숨도 못쉬겠어 '

' 그려 병원가보자 아부지한테 다시 업혀봐 '


아버지는 나를 등에 업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20리를 걸어 읍내에 있는 의원에 도착했다.

' 선상님 얘가 아까부터 배가 아프다고 숨도 못쉰다고 허는디 어여좀 봐줘유 '


의사선생님은 청진기로 내 가슴과 등에 여러번 대보더니 일단 눕혀보라고 했다.

' 애기야 어디가 아파요 ? '

' 요기 요기가 아퍼유 막 아퍼유 '

' 그래 그래 선생님이 누르면 아프다고 말해요 '

' 네 '


몇번을 여기저기 눌러보시더니 일단 입원을 해서 검사를 하자고 했고 나는 간호사선생님의 부축을 받으면서 입원실에 누웠다.

손등에 바늘을 찌르고 물 같은걸 높이 걸어놓았는데 거기서 똑똑 물이 떨어지는게 신기했다.

아버지가 입원실에 누워있는 나를 보면서


' 검사해야 한다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는겨 아버지도 같이 있을거니까 걱정말어 '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았다고 했다.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주사놓은 팔이 너무 아프고 저려서 깼는데 병실에는 아무도 없고 불빛이 흐릿하게 켜져있었다.

주사바늘이 빠질까봐 무서워서 꼼짝도 못하고 천장만 보고 있는데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 아부지 나 여기 팔이 아퍼 '

' 어디 어느쪽 팔이 아픈겨 ? '

' 이쪽 팔 아퍼 '


아버지는 내 팔을 보시고 퉁퉁부은 모습에 큰 소리로 선상님 선상님 부르셨고 간호사선생님이 오셨다.


' 애 팔이 왜 이래유 퉁퉁부어서 종아리만하게 되었는데 이거 뭐 잘못된겨 이거 왜 이래유 얼렁 말해봐유 '

간호사선생님이 내 팔을 보고 어쩔줄 몰라하면서


' 어머 죄송해요 주사바늘을 잘못 놓았나봐요 아버님 얼른 조치할께요 '

하는데 또 아버지는 엄청 화난 목소리로

' 다 필요없고 의사 오라고 혀 애를 이모양으로 맹글어놓고 죄송하다믄 다여 애 팔뚝이 종아리마냥 부었는디 병고치러 왔더니 애를 죽이려고 하는겨 ? ' 라면서 막 소리를 지르셨다.


나는 그날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큰 목소리로 말하는걸 처음 봐서 너무 놀라고 무서웠다.

평소엔 말도 느리고 뛰지도 않던 아버지가 고래고래 병원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시는데 그 모습이 무척 낯설고 우리 아버지가 아닌것 같았다.


의사선생님이 달려오시고 연거푸 죄송하다 고개를 숙이시는데도 아버지는 계속 화를 내시면서 빨리 고쳐놓으라 하셨다.


' 예예 아버님 붓기는 금방 가라앉을거니까 진정하시고요 따님은 맹장염이라 배가 아팠던거에요 심하진 않고 급성맹장염인데 며칠 약먹고 쉬면 괜찮아질거에요 '

' 맹장이면 위험한거 아녀 ? '

' 아 예 아버님 맹장염도 급하게 수술하는게 있고 따님처럼 염증이 조금 있는건 그냥 약물로 치료해도 괜찮아집니다 '

' 그럼 어여 약처방 해줘봐유 집에 가야하니께 '

' 예 아버님 오늘 퇴원하셔도 되요 '


아침에 퇴원하고 집에 와서 약 먹고 하루가 지나니까 배 아픈게 괜찮아졌다.

이틀을 더 쉬고 학교에 갔는데 애들이 엄청 잘 해주고 선생님도 앞으로는 주번도 하지말고 조회시간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셔서 맹장에 걸리면 좋은거구나 생각했다.


며칠이 지난 다음에 아버지가 담배건조실에 계시길래 내가 가서

' 아부지 나 아플때 왜 무섭게 소리지른겨 나 아부지가 화나서 엄청 무서웠어 '

' 무섭기 뭘 무서워 아부지가 그날은 우리 딸이 죽을까봐서 화를 낸겨 의사들도 촌것을 무시하니께 아부지가 일부러 엄포를 놓은겨 ' 하셨다.


아버지도 죽는게 무섭구나 생각했다.

내가 생각할때 어른들은 무서운것도 없고 겁도 없는줄 알았는데 그날 처음 아버지도 무서움을 타는구나 싶었고 내가 죽을까봐 화나고 소리를 쳤다는 아버지가 너무 고마웠고 슬펐다.

아버지도 나도 죽지않고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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