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선정의 기준
황혼기에 접어든다는 것은, 인생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분명하게 누구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시기다. 특히 계약 동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파트너 선정은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나와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낼 사람을 고르는 일. 그것은 단순한 만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제는 젊은 날의 감정적 선택과는 다르다. 연애의 설렘도 좋지만, 현실적 궁합이 더 중요하다. 그렇다고 계산기만 두드리는 것도 아니다. 황혼의 동반자를 고르는 기준은 생각보다 섬세하고, 또 따뜻하다.
첫 번째 기준은 건강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은 단순한 신체적 조건이 아니라, 일상의 리듬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함께 살면 생활 리듬에서부터 충돌이 생긴다. 식습관, 운동, 수면 패턴 같은 사소한 일상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계약 동거의 핵심은 서로를 돌보되,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기본적인 자기 관리는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바람직하다. 가벼운 병치레에 대해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자신의 건강 문제를 상대방에게 모두 전가하는 태도는 함께 살기에 부담스럽다.
두 번째 기준은 경제적 자립이다. 황혼 동거에서는 결혼과 달리 각자의 경제적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연금, 저축, 부동산 등 기본적인 노후 자산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동거를 빌미로 경제적 부담을 상대에게 떠넘기려는 태도는 갈등의 씨앗이 된다. 또한 생활비 분담에 대한 가치관도 중요하다. 돈을 아끼는 방식, 소비를 대하는 태도, 작은 사치에 대한 기준까지, 이런 부분에서의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평하고 합리적인 합의가 없다면, 작은 금전 문제도 큰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세 번째 기준은 취미와 관심사이다. 은퇴 후의 일상은 생각보다 단조롭다. 함께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면 그만큼 즐거움도 커진다. 여행, 등산, 골프, 문화생활, 혹은 단순히 동네 산책까지, 작지만 자주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이 파트너십을 견고하게 만든다. 취미가 완전히 다르다고 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관심사를 존중하고, 때로는 새로운 것을 함께 배워볼 의지가 있느냐이다. 나는 안 해봤지만, 당신이 좋아하니 한번 해볼게라는 열린 태도가 동거 생활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네 번째 기준은 거리감이다. 황혼 동거는 젊은 시절의 뜨거운 동거와는 다르다. 서로의 일상을 존중하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종일 붙어 있기를 원하는 사람과, 혼자 있는 시간을 중시하는 사람은 생활 방식에서부터 어긋난다. 따라서 각자 방 쓰기, 혼자 보내는 시간 인정하기, 일정 기간 떨어져 지내기등의 사생활 존중 원칙이 맞아야 한다. 오히려 이 적당한 거리감이 관계를 더 오래 건강하게 유지시켜 준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기준은 가족관계에 대한 태도다. 자녀, 형제, 친척 등 기존 가족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했는가가 파트너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식에게 지나치게 매달리거나, 가족 문제를 끊임없이 동거 상대에게 가져오는 사람과는 평온한 동거 생활이 어렵다. 반대로, 자녀와의 거리는 유지하되 기본적인 책임은 다한 상태, 즉 나의 인생은 이제 나의 것이라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 좋은 파트너가 된다. 물론 서로의 가족 행사에 어느 정도 참여할 것인지도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
같이 살되, 각자 사는 동반자
결국 황혼의 계약 동거는 같이 살되, 각자 사는 철학 위에 세워진다. 파트너 선정의 기준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서로를 지키기 위한 지혜가 담겨 있다. 젊은 날의 사랑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것이라면, 황혼의 동반자는 은은한 모닥불 같다. 오래도록 따뜻하게, 하지만 과열되지 않는. 각자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함께 있을 때 더 나은 내가 되는 관계. 그런 사람과의 동거라면, 남은 인생은 덜 외롭고, 더 풍요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