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오랜만에 이진이 이람의 집을 찾아왔다.
자매처럼 지내던 두 사람은 그날도 웃으며 시간을 보내다 이람의 갑작스러운 과제 일정으로 인해
이진이 현우의 전역 기념 선물을 대신 사러 가게 됐다.
“백화점에 잠깐만 다녀와 줄래? 현우 선물 좀 골라줘. 넌 안목 있으니까”
이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처럼 귀엔 헤드셋을 끼고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며 길을 나섰다.
그런데 백화점 옆. 공사 중이던 현장에서 갑작스런 폭발이 일어났다.
우연히 지나가던 누군가가 이진의 헤드셋을 툭- 치고 지나가던 바로 그 순간.
쾅!! 거대한 굉음이 바로 옆에서 터졌다.
이진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귀에선 삐- 거슬리는 이명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뒤로는 더 이상 세상의 어떤 소리도, 그녀가 사랑하던 음악도 들리지 않았다.
병원으로 이송된 이진.
그 소식을 들은 이람은 책을 던지듯 내려놓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눈앞에서 조용히 누워 있는 이진을 보며 멍해진 눈으로 속삭였다.
“...내가 갔어야 했는데…”
자신이 시킨 심부름. 자신 대신 다친 이진.
그 현실은 이람에게 견딜 수 없는 죄책감과 고통으로 다가왔다.
이람은 병실 한 켠에서 조용히 울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현우에게 말하면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탈영을 해서라도 나올 것 같았다.
서준이나 보미에게 털어놓을 자신도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이진이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동안 이람은 조용히 그녀 곁에 머물며 모든 걸 지켜보았다.
수술이 끝난 후.
재활이 시작되었고 이람은 결심했다.
“이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곁에서 끝까지 도와주는 거야.”
그녀는 모든 걸 정리했다. 조용히 집을 비우고 현우에게도 단 한 마디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진과 함께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인공와우 기계를 만든 회사가 있는 곳.
그곳이라면 이진이 조금 더 빨리 적응하고 소리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이람은 마지막으로 모든 미련을 지우듯 전화기를 껐다.
그렇게 모두의 기억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