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장. 작은 불편, 큰 마음

by 달이음


오스트리아의 어느 조용한 아침.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창틀 위로 반짝였고 이진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잠에서 깼다.

“이진아-”이람이 조심스레 불렀지만 이진은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한참을 불러도 반응이 없어 이람이 다가가 살펴보니 이진의 귀 옆에는 인공와우 기기가 빠져 있었다.

그제야 기억났다.

이진은 기계를 끼지 않고 자는 습관이 있었고 그날 밤도 조용히 자고 싶다며 기기를 빼고 잤던 것이다.

이람은 웃으려다 이진의 팔에 여기저기 생긴 모기 물린 자국을 보고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모기 소리도 못 듣고…”

괜히 마음이 아려왔다.


이진은 수술과 재활을 잘 마쳤고 이제는 일상 생활을 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소리의 방향을 구분하는 데는 아직 익숙지 않았고 머리를 말릴 때 기기를 잠시 빼놓기라도 하면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도 전자렌지 소리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가장 힘든 건 사람이 많은 카페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하는 일이었다.

이람이 아무리 크게 불러도 이진은 몇 번이고

“어? 뭐라고?” 하고 되물었다.

그러고는 늘 미안한 얼굴로 웃었다.

“언니, 오늘은 좀… 피곤하다. 사람 많은 데 있으면… 말소리가 너무 겹쳐.”

그때마다 이람의 가슴은 무너졌다.

‘내가 대신 다쳤어야 했는데…’‘괜히 나 때문에…’

웃고 있는 이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람은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밤이 되면 혼자 조용한 방에서 소리 없이 우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이진은 그 모든 걸 말없이 견뎌냈다.

그리고 늘 이람에게 말했다.

“괜찮아. 언니가 있어서 난 충분히 행복해.”

그 말에 이람은 또다시 죄책감과 감사한 마음이 함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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