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장. 돌아와 줘서 그걸로 충분해

by 달이음

작은 공원 오래된 벤치.

이람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눈 앞의 현우를 똑바로 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현우가 조용히 그녀의 앞에 섰다.
그리고 숨을 골랐다.
묻고 싶은 말은 수백 가지였지만 그는 그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지쳐 있었고 야위었지만 분명히 살아 있었다.

그리고… 돌아와 있었다.

“…괜찮아. 이제 됐어.”
현우는 가만히 말했다.
“돌아와 줘서 그걸로 충분해.”

이람의 어깨가 조금 흔들렸다.
그 말 한마디에 마음 깊은 곳 어딘가가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안해.”
“말 안 하고 떠나서… 너무 미안했어.”

현우는 고개를 저으며,
그 말마저도 막고 싶다는 듯 조용히 속삭였다.

이람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작은 떨림이 눈가를 타고 흘렀다.

현우는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힘없이 잡아온 손 위에 다시 자신의 손을 겹쳤다.

“너가 사라진…그날 이후 나 진짜 매일 너 찾으러 다녔어.
하루도 안 쉬고 사진 찍으면서…
너를 닮은 뒷모습만 봐도 셔터를 눌렀어.
그 셔터 끝에 항상 네가 있었거든.”

그 말에 이람은 무너진 듯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그녀를 조용히 안았다.

말 없이 천천히 꼭.

멀찍이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진은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입꼬리엔 아주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아주 조용히 아주 부드럽게.
잃어버린 계절이 다시 흘러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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