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장. 너도 나도 버티고 있었구나

by 달이음

두 사람은 마주 앉아 그동안의 일들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이람의 마음은 여전히 조심스러웠지만 이제는 피하지 않기로 했다.

이람의 목소리는 낮고 떨렸지만 분명했다.

"기억나? 현우야. 네가 곧 전역이었잖아.
그 기념 선물을 사려고 나 대신 이진이를 보냈는데..
그렇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

그날, 이진이가 사고를 당했을 때..

내가 대신 갔어야 했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어."

현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나 아니었으면 걘 안 다쳤을 거야.
그 생각이 날 계속 조여 왔고..
이진이 곁에 남아 있으면서도 매일 무너졌어.
네가 그때 내게 다가왔으면 난 아무것도 못 했을 거야.
그래서.. 말하지 못했어. 너무 미안해서.. 너무 두려워서."

이람의 눈에 다시금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 스스로 고개를 들었다.

"그때부터 언젠간 네 앞에 꼭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
단지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깨듯 현우가 조용히 웃었다.

"이람아. 나였어도 그랬을 거야.
이진이가 다치고 네가 옆에 있어야 했는데..
그걸 나한테 말해서 나까지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던 거잖아."


"그래서 어제 사진에 네 뒷모습이 찍혀 있었구나.
나는 몰랐어. 그냥 정말 너무 그리워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거기 너랑 이진이 있었던 거야."

이람은 놀란 듯 눈을 떴다.
현우는 웃으며 품에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조용한 공원 앞

벤치에 앉은 두 여인의 뒷모습.
햇빛 아래 그림자처럼 포개진 두 사람의 실루엣.

"매일매일 셔터를 눌렀어.
언젠가 네가 찍힐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내가 널 찾은 게 아니라..
넌 결국, 스스로 내 셔터 안으로 들어왔더라."

이람은 더는 말하지 못했다.
그저 사진을 바라보며 입술을 꼭 다물었다.

현우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우리 여기서부터 다시 찍자.
이전 사진들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이제부터는.. 너와 나의 오늘을 새로 담고 싶어."

이람은 눈물을 흘리며 그의 손을 잡았다.

너무 멀리 돌아왔지만
돌아올 곳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순간은 축복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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