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모든 보통날이, 기적이기를
첫 글을 썼던 날을 기억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이름 모를 파도에 휩쓸리던 막막함 속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첫 문장을 더듬어 나갔습니다.
그것이 이토록 길고 깊은 여정의 시작이 될 줄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나는 나선 계단을 오르듯,
지난 시간들을 여러 번 되돌아보았습니다.
어떤 층계에서는,
세상의 끝에 홀로 서 있던 울고 있는 어린 나를 만났습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괜찮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또 다른 층계에서는,
낡은 성경책 위로 눈물을 떨구던 어머니의 고독한 밤을 보았습니다.
나는 그녀의 침묵이 얼마나 위대한 사랑이었는지를 배우고,
그 등을 가만히 안아주었습니다.
가장 높고 가파른 층계에서는,
거대한 산 같았던 아버지와 마주 섰습니다.
나는 그와 화해하는 대신,
안녕히 계시라고, 나의 첫 번째 삶과 함께 작별을 고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계단의 층계마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나의 손을 잡아주던 아내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마침내,
‘우리’라는 이름의 따뜻한 계절에 도착했습니다.
돌아보면,
나의 두 번째 삶이란
무언가 새로운 사람이 되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되찾고,
내 안에 이미 존재했던 모든 것들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모양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나를 아프게 찌르던 그 날카로운 파편은,
이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비추는
거울의 조각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도착한 오늘,
이 긴 글을 여기까지 함께 읽어주신 당신에게,
이제는 제가 조심스럽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 안에도,
아직 문을 열지 못한 오래된 방이 있지는 않나요?
당신의 삶에도,
돌고 돌아 마주 봐야 할
‘나선’의 풍경이 있지는 않나요?
괜찮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 문을 여는 순간,
당신의 두 번째 삶도 조용히 시작될 테니까요.
느리지만, 분명하게.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 잠시 멈추지만,
저의 두 번째 삶은 내일도 계속될 것입니다.
여전히 넘어지고,
서툴고,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 모든 순간이
나의 삶이라는 것을.
숨을 쉬고,
쉼을 얻고,
사랑하며,
살아내는 모든 순간이
나의 두 번째 삶이라는 것을.
이 긴 여정에 동행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모든 보통날이
기적으로 가득하기를.
당신의 두 번째 삶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