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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숨쉬듯, 나를 쓰다》

by KOSAKA

이 글은 브런치 작가 숨결biroso나님<숨쉬듯, 나를 쓰다>에 대한 짧은 서평입니다.


이 연재를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글을 쓰는 일이 삶을 유지하는 호흡과 얼마나 가까울 수 있는가”였습니다. 작가는 조회수나 노출보다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문장 한 줄을 더 중하게 여깁니다. 이 관점이 낭만으로 흐르지 않고 생활의 리듬 속에 뿌리내려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새벽에 불을 켠 책상, 짧게 몸을 풀고 자판을 두드리는 장면들처럼 구체적 장면이 반복되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도 오늘 10분은 써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연재의 정서가 안정적입니다. 슬픔이나 피로를 길게 늘이지 않고, 바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갑니다. 감정을 드러내되 과장하지 않으니 신뢰가 생깁니다. 읽는 동안 과거의 내 글쓰기를 돌아보게 되는데, 무엇을 쓰느냐보다 언제·어떻게 자리를 마련했는지가 더 중요했음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특히 “올렸다가 지우는 시간도 글쓰기의 일부”라는 고백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겪지만 드물게 말로 꺼내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독자와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댓글이나 메시지를 과장된 감사 인사로 소비하지 않고, 실제로 다음 문장을 바꾸는 동력으로 묶습니다. 이때 작가는 “내가 누군가를 위로하려고 썼는데, 되려 내가 위로받았다”는 역전의 순간을 담담히 기록합니다. 글이 타인에게 닿는다는 사실을 ‘수치’가 아니라 ‘장면’으로 보여주는 점이 좋았습니다. 덕분에 독자도 참여자가 됩니다. 다음 화를 기다리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연재는 ‘작가’라는 호칭을 특별한 자격으로 보지 않습니다. 기록을 계속하는 사람이 곧 작가라는 태도, 그에 맞는 생활 설계(루틴, 정리, 메모)가 설득력 있게 이어집니다. 거창한 목표나 공모전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체력과 집중력을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들이 중심에 놓입니다. 그래서 읽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할 수 있는 동작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메시지가 실제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구성은 시작–전환–확장–마침의 4단으로 읽힙니다. 초반에는 왜 쓰는지, 언제 쓰는지를 정리하며 동기를 분명히 합니다. 중반에는 외부 반응을 마주하는 장면을 넣어 균형점을 찾습니다. 후반에는 루틴과 메모, 낭독의 욕구처럼 실행 단계를 구체화합니다. 에필로그는 속도의 문제를 재점검하며 “처음의 떨림으로 마무리한다”는 선언으로 닫습니다.


주제는 세 갈래로 정리됩니다. 첫째, 글=호흡이라는 등치입니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선택의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무엇을 쓰느냐보다 어떤 리듬으로 쓰느냐를 우선하는 결정들이 곳곳에 배치됩니다. 둘째, 독자와의 상호작용입니다. 반응을 숫자로 소비하지 않고, 다음 문장을 바꾸는 실제 동력으로 연결합니다. 셋째, 정체성의 형성입니다. ‘기록하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호칭이 옮겨가며, 감정 적기에서 타자 지향 문장으로 초점이 이동합니다. 이 이동이 연재의 성장으로 읽힙니다.


문체는 단문 중심, 과장 없는 평서형이 기본입니다. 문단 길이가 지나치게 짧지도 길지도 않아 읽기 흐름이 일정합니다. 핵심 어휘를 반복해 리듬을 만들되, 반복으로 인한 피로를 줄이기 위해 장면 묘사(장소·시간·행동)를 사이사이에 넣습니다. 덕분에 메시지가 설교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말투가 친절하지만 눅진하지 않고, 제안하지만 강요하지 않습니다.


플랫폼 인식도 균형이 있습니다. 알고리즘이나 노출 로직을 원망하는 대신, 자신이 통제 가능한 단위에 집중합니다. 노출의 파도는 변수이지만, 쓰는 시간과 자리를 잡는 일은 상수라는 태도입니다. 이 구분이 독자에게도 유효합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는 순간, 글쓰기는 심리적 부담에서 실천의 영역으로 옮겨갑니다.


연재 동력의 원천은 ‘완주 설계’에 있습니다. 주 몇 회, 어느 시간대, 어떤 의식으로 시작할지에 대한 기준이 초반부터 제시됩니다. 실제로 그 기준이 끝까지 유지됩니다. 완주 경험이 다음 연재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작업은 하나의 모델을 제시합니다. 새로 글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완벽한 계획보다 작동하는 리듬”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사례로 보여줍니다.


「숨쉬듯, 나를 쓰다」는 글쓰기를 특별한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관리의 기술로 재배치합니다. 이 재배치가 공허하지 않은 이유는, 연재 전편이 하나의 루틴으로 작동했다는 사실 덕분입니다. 읽는 동안 내 글쓰기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 읽고 난 뒤 바로 책상을 정리하고 메모 앱을 열게 만드는 힘—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있습니다. 감정에 기대지 않고도 따뜻할 수 있고, 기술을 말하면서도 무정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 연재였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주제를 다룰 다른 작가들에게도 좋은 기준선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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