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가 나를 '상어'라 불렀을 때

아이의 세계 속에 숨은 나의 역할

by 예슬하다

그 아이와 처음 만난 건 2년 전이었다.


그 아이는 처음엔 원장님과 개별 수업을 함께 하다가, 내가 수업하는 조기교실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조기교실은 말 그대로 조금 이른 시기에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하는 공간.
네 명의 친구들이 한 공간에서 각자의 수업을 받고, 그 시간이 끝나면 다 함께 모여 작은 그룹 활동을 한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아이의 하루를 만들어간다.








그 아이와 같은 반인 아이들은 말을 곧잘 했고, 다른 친구들과도 무리 없이 어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조금 달랐다.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는 것도,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마다, 두 손에 꼭 쥐고 있는 상어 친구들이 방패가 되어 나타났다. 수업마다 선생님이 바뀌는 구조도, 그 아이에게는 커다란 파도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는지, 원장님이 나를 조용히 불렀다. “그 친구, 선생님이랑 잘 맞는 것 같던데, 담당으로 맡아줄래요?” 그렇게 나는 그 아이와 거의 1년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사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나는 수업을 진행해야 했고, 그 아이는 자신의 상어들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거부했다. 상어가 그의 세상이었고, 바닷속은 그 만의 세계였다. 나는 그 세계에 불쑥 들어온, 낯선 존재였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 바다에 뛰어들기 전에, 나는 먼저 그의 옆에 머물러야겠다.’


그 아이가 노는 방식 그대로 옆에 앉아 바라보았다. 상어의 이름을 따라 부르고, 가끔은 바다 속 친구 하나를 손에 쥐고 슬며시 내밀기도 했다. 그 아이가 만든 바다에서, 나는 그의 이웃이 되고 싶었다. 그저 멀찍이 바라보는 게 아니라, 정말 그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같이 작전을 짰다.




내 손에, 팔에, 상어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

그 아이가 좋아하는 상어가

여기에도, 저기에도 숨어 있었지.



가끔은 상어 머리띠를 쓰고 수업에 들어갔다. 나를 상어로 만들어 그 아이의 세계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 포켓 속엔 비장의 무기처럼 상어 피규어를 하나씩 숨겨두었다.



수업시간에 주려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주지 못하고 퇴근길까지 함께 한 장난감들



그 아이가 놀이에 조금씩 흥미를 잃을 때쯤이면, 나는 조심스레 주머니 속 손을 꺼내며 말했다.


"이 바다엔 새로운 친구가 왔대."


작고 반짝이는 피규어 하나가 아이의 눈을 다시 빛나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그 아이의 바다에 입장권을 얻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아이가 나를 이렇게 불렀다.


"선생님은 상어야"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따뜻한 별명이었다.


그 순간, 나는 그 바다 속 한가운데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그 아이는 가족들에게도 별명을 붙여줬다.



엄마는 꽃게, 고모는 오징어.

그리고 나는, 상어가 되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말하면 그 아이는 조금 더 부드럽게 반응했다.


거부보다는 눈을 마주치고, 도망보다는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가 나를 진짜로 의지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매 수업 시간마다 느꼈다. 이 작은 신호들이, 분명한 마음의 대답이라는 걸.


그 아이는 내게 참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무조건적인 순응보다, 관계를 통해 열리는 변화. 계획된 수업보다, 감정을 따라 조율하는 시간. 그리고, 조금은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는 믿음. 나는 그 아이 덕분에 내 안의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수업은 이래야 해’, ‘여기까지는 해야 해’


그 단단한 틀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따뜻한 여유가 들어왔다.


지금 그 아이는 개별 수업으로 전환되어, 더는 나와 수업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아침에 만나고, 수업이 끝난 후에도 마주친다. 가끔은 수업 시간 중간에, 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찡하고, 웃음이 나고, 어디선가 "상어야~"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그 아이가 앞으로도 자신의 바다 속에서,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길 바란다.

그 바다는 얼마나 넓고, 얼마나 멋진지 나는 이미 조금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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