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기록, 아이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식

하루하루를 써 내려가는 사람, 그 마음을 읽는다

by 예슬하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우리의 하루는 정해지는지도 모른다.

전날의 피로가 덜 풀렸을 때, 목이 칼칼하거나 머리가 묵직할 때—하루는 그저 견디는 시간이 되곤 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더 직접적으로 하루의 컨디션을 타고, 더 쉽게 영향을 받는다. 새벽 다섯 시에 눈을 떴다면, 오후가 되면 모든 것이 버겁고 귀찮을지도 모른다.


어린 아이들은 낮잠이라는 휴식이 있지만, 조금만 나이가 들면 그마저도 사라진다. 그럴 때의 아이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풀잎처럼 예민해지거나, 온몸이 무거워져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곤 한다.


때로는 약의 영향도 있다.

성인인 우리조차 약을 먹고 나면 졸리거나 멍해지는 것처럼, 아이들도 약 하나로 하루의 리듬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너무 졸려 눈꺼풀이 감기거나, 반대로 너무 예민해져 눈빛이 날카로워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아이의 상태를 조금이라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아이의 오늘 하루를, 그 시작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면—말이다.

그런데 그런 바람을 매일 현실로 만들어주신 분이 계셨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 인사로 시작되는 긴 메시지.


그날의 수면시간부터 아침 식사, 가정에서의 놀이 변화, 특이 행동, 했던 말들, 어린이집에서의 피드백까지.


어머님은 매일매일 빠짐없이 아이의 하루를 기록해 주셨다. 그걸 볼 때마다 느꼈다. 이건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아이를 향한 깊은 애정의 표현이라고.


하루를 지켜보고, 기억하고, 그것을 글로 남기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하루 종일 한 아이를 관찰하고, 말 하나, 행동 하나를 빠짐없이 적어보라고 한다면—아마 대부분은 며칠을 채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머니는 매일 그 기록을 써주셨다.


그 정성은 결국 아이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그 피드백들을 통해 나는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어떤 영역을 더 다듬고, 어떤 강점을 살릴지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우리가 진행한 프로그램을 설명하면, 그 어머님은 언제나 집에서도 그것을 함께 실천해 주셨다.


가정과 수업이 연결될 때, 아이는 더 빠르게, 더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나는 가끔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왜 어머님은 매일같이, 빠짐없이, 그렇게도 정성스럽게 아이의 하루를 기록하셨을까?


하루 이틀이 아니라, 매 수업마다, 매일의 아침마다. 수면 시간은 얼마나 되었는지, 아침엔 무얼 먹었는지, 어떤 말들을 했고 어떤 놀이를 했는지, 혹은 그날의 기분과 표정, 사소한 변화 하나까지도 빠짐없이 담아내는 그 기록들.


그건 아마,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이 아이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무엇을 느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그 모든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어른들의 눈엔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일들도 그 어머님의 눈엔 하나하나 특별하고 의미 있는 조각이었을 것이다.


오늘 처음으로 스스로 양말을 신으려 했던 순간, 자기 전에 했던 말 한마디, 즐거웠던 놀이 속에서 드러난 새로운 표현들. 그 모든 것이 ‘자라남’이라는 기적의 흔적이니까.


그렇게 써 내려간 글들은 하루의 끝에 닫히는 메모장이 아니라, 어쩌면 이 아이를 위한 사랑의 연대기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아이가 자라서, 이 기록들을 다시 보게 되는 날이 온다면—아이의 눈에 이 문장은 선명하게 읽히지 않을까.


"너는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소중한 존재였단다." 말로 다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사랑.



그저 오늘 하루를 기록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널 보고 있었어. 널 사랑하고 있었어.”라는 고백이자 다짐.


그 말 대신 써 내려간 수많은 날들의 기록. 그 하루하루가 모여, 이 아이의 세계를 부드럽고 단단하게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부모가 그렇게 길게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수업 전 짧은 한마디라도 좋다.



"어젯밤에 감기가 도졌어요"

"오늘 새벽에 일찍 일어났어요"

"약을 먹고 왔어요."



그런 작고 따뜻한 말들이, 우리에겐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오늘도 나는 아이의 하루를 함께 쓰고 있다.


그 마음이 담긴 기록 속에서, 아이는 조금씩 자라고 있다.



KakaoTalk_20250422_204605634.png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 선생님과의 작은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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