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와 자녀의 수레바퀴에 깔리다
50세가 되면서, 이제 슬슬, 내 노후를 준비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첫발도 못 떼고 있다. 내 노후보다 앞선, 부모에 대한 부양과 자녀 양육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 먼저!’를 감히 외칠 수 없다. 물론, 이런 책임의 경계선 밖에서 여유로운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중장년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부럽다는 말을 전한다. 내가 앞으로 할 이야기들은 듣지 않으셔도 되겠다. 이것은 양쪽 세대 사이에서 끼여 어질어질한 중장년층들을 위한 이야기다. 그들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주고자 하는 선한 노력이자, 나 자신도 살고자 애쓰는 분투기이다. 나도 손주 업고 싱크대 앞에서 죽기는 정말 싫다.
이제 와 아무 소용도 없고 민망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나는 예전에, 아주 예전에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X세대’ 출신이다. X세대로서 말하는데, ‘객사(客死)가 소원이야.’라고 극단적인 농담을 할 만큼, 자유가 넘치는 세계여행이 소원이다. 그야말로 ‘돈’과 ‘시간’이 필요한 사치스러운 꿈이다. 지금부터 내 ‘돈’과 ‘시간’을, 아직은 알지도 못하는 적으로부터 되찾아 올 계획이다. 많은 고난이 예상되는 내 여정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