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Ha
처음엔 말투 하나로도 마음이 들켰다.
“보고 싶다”는 말에, “나도”가 금세 따라오고
서로가 서로에게 당연한 사람이던 시기.
그때 나는 우리가 꽤 오래갈 거라고 믿었다.
말도 잘 통하고, 어색함 없는 거리감.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지만
서로의 경험은 비슷했다
그저 새로운 세계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느 순간부터 그의 말이 짧아지고,
약속은 "다음에 보자"로만 끝이 났다.
처음엔 이해하려 했다.
“요즘 왜 남자 친구 안 만나?”
라는 친구들의 물음에
“바쁘겠지”, “돈이 없대”, “다리 다쳤대”
그런 핑계들이 날 설득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를 믿고 싶었다.
그 사이, 나는 조금씩 무너졌다.
문자에 애정을 묻고,
대답 속에 마음을 헤아리고,
매일 확인받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이 돼 있었다.
사랑이 멀어지는 건 보통 소리 없이 진행된다.
연락의 횟수보다, 말투의 온도가 먼저 식는다.
그는 여전히 “사랑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말이 점점 의례적인 인사말처럼 느껴졌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나는 작아졌고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
그를 사랑하는 방식과 너무 달랐다는 걸
뒤늦게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