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본에 도착했을 땐
모든 게 낯설지만 어딘가 반짝였다.
지하철 소리, 자판기에서 나오는 음료,
모두가 바쁘게 걷는 거리 풍경까지.
그런데 그 반짝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언어는 벽이었고,
문화는 거리였고,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천천히 조용히, 혼자가 되어갔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혼자 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돌아왔고,
유튜브를 틀어놓은 채로
창밖 어둠이 짙어지는 걸 바라보는 게 일상이었다.
부모님은 방학마다 돌아오길 원했고
나는 마치 구명보트처럼
그 제안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돌아가면 또다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눌렀다.
어느 날,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일본까지 와서…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 순간,
뭔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외로움은 언제부터 있었는지조차 모르겠고,
텅 빈 방 안에서
나만 혼자만의 소음에 갇혀 있는 듯했다.
낮엔 아무렇지 않다가도
밤이 되면 괜히
누군가의 말소리라도 듣고 싶어졌다.
아니, 사실은
내가 누군가의 옆에 존재하고 있다는 감각이
필요했던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