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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봄이 되면 라일락이 핀다

by 빡빈킹

어느 계절을 기억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늘 라일락이 피던 봄을 떠올린다.
사람들은 벚꽃을 말하지만,
나는 늘 조금 늦게 피고 조용히 지는 그 보랏빛 꽃이 좋았다.

그때 나는 일본에 있었다.
벚꽃보다 조금 늦게 피어난 꽃처럼,
나의 감정도, 사랑도 그렇게 조용히 시작되었다.

수업 중 우연히 내 옆자리에 앉은 그녀.
많은 대화가 오간 건 아니었지만,
그 침묵 속에서 피어난 감정은
어느 말보다도 선명하게 가슴에 남았다.

그 사랑은 소란스럽지 않았다.
기념일도, 다툼도, 확신도 없이
그저 같은 계절을 함께 지나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짐을 싸기 시작했고
그녀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이별을 말하지 않았지만
서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뒤,
나는 다시 일본을 찾았다.
그녀는 없었고,
우리의 자취만이 라일락 향기 속에 흐르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그 계절을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기록이다.
말없이 피어났고,
조용히 사라졌지만,
한 번도 잊히지 않았던 사랑의 조각.

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라일락 꽃 필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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