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의 행복_무림고수 K
나는 대한민국의 그 많은 중년 회사원 골퍼 중 한 명이다. 지난 2010년 나이 서른여덟에 골프클럽을 처음 잡았다. 그땐 신문기자였다. 같은 출입처에 나가던 신문사 동기가 나를 골프의 세계로 이끌었다. 사람을 만나는 일로써 골프가 필요하니 자기와 같이 하자는 거였다. 십몇 년 신문사 밥을 먹은 나는 2011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말골퍼 규정에 ‘비즈니스 골프’의 개념도 포함된 것이라면 나는 그렇게 16년째 주말골퍼로 살고 있다.
나는 벤 호건과 타이거 우즈, 로리 맥길로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우즈와 맥길로이가 사용하는 골프 클럽을 애용해 왔다. 골프 옷은 브랜드를 떠나서 빨간색 아니면 검은색을 고집해 산다. 예의 선데이 레드 복장으로 필드에 나가면 우즈라도 된 양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우즈에 대한 나만의 오마주이기도 하다. 아주 가끔은 빨간색 바지와 검은색 상의를 입고 필드에 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동반자가 “오늘은 우즈 타이거냐”라고 해서 머쓱했던 적도 있다. 드라이버 헤드 커버도 물론 호랑이다.
나는 드라이버, 3번 우드 샤프트로 각각 벤투스 블랙 6X, 7X를 쓴다. 아이언은 일본산 수제 머슬백을 사용하는데 트루템퍼사의 135그램짜리 투어이슈 X100 샤프트를 끼웠다. 2024년에 2, 3번 아이언을 새로 구매했다. 드라이빙 아이언 헤드에다 벤투스 블랙 10TX 샤프트를 장착한 신무기다. 원래 쓰던 머슬백 2, 3번 아이언보다 다루기가 아주 쉬어서 마음에 든다. 홀컵까지 220~230미터 안팎의 거리가 남아 있다면 그곳이 티잉 그라운드든 페어웨이든 주저하지 않고 나는 2번 또는 3번 아이언을 캐디백에서 뽑아낸다.
2024년 12월 현재 나는 키 173센티미터에 몸무게 71킬로그램이다. 아주 평범한 체격이다. 학창 시절부터 스포츠라면 종목을 가리지 않고 즐겼고 시합이 생기면 보통 선수로 불려 나가는, 그래도 운동신경이 꽤나 좋은 편에 속하긴 했다. 몇 달 전엔 클럽을 바꿔 볼까 해서 골프용품점을 찾아 시타를 했는데 드라이버 헤드스피드가 트랙맨 기준으로 108~112마일을 왔다 갔다 했다. 쉰을 훌쩍 넘긴 나이 치고는 꽤 괜찮은 수치라고 생각한다.
필드에서 드라이버를 치면 동반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멀리 칠 수 있냐”라고 이유를 묻곤 한다. 이글을 하면 골프볼을 서랍에 넣어 보관해 왔는데 2024년 연말까지 그게 23개가 됐다. 샷이글이 3개, 나머지 20개가 파 파이브 또는 파 포에서 기록한 퍼팅이글이었다. 7~8년 전쯤 나는 운 좋게도 미국지도자골프연맹(USGTF)의 티칭프로 자격증을 땄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내 자랑삼아 늘어놓은 것이 진짜 진짜 아니다. 나처럼 평범한 중년 주말골퍼들이 나 정도만큼이라도 골프 치기를 희망한다면, 그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골프의 기본을 잘 이해하고 성실히 연습만 한다면, 마치 인생이 그렇듯 골프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골프를 시작한 당시로 돌아가 보자. 나는 처음부터 머슬백 아이언을 썼다. 반짝반짝 그 간지가 대단했던 데다 나를 가르친 첫 티칭프로가 머슬백을 썼기 때문에 나는 의심 없이 그를 따라서 머슬백 마니아가 됐다. 그러나 타이틀리스트(mb) 아이언 연습 과정이 아주아주 혹독했음을 여기에 분명히 밝혀 둔다. 스윙이 제대로 만들어지기 전이어서 흔히 말하는 삑사리가 날 때면 마치 쇠막대기로 차돌멩이를 때리는 것 같은 충격이 고스란히 온몸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나는 전율했다. 초심자 골퍼 뇌리에 박힌 가장 강력한 기억은 그것이다. 아침마다 퉁퉁 부은 손가락이 굽혀지지가 않았다.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고 해서 주사도 여러 번 맞았다.
보통 골프는 나이 사십이 되기 전에 시작했는지 넘어 시작했는지가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유연성과 근력이 떨어지기 전에 골프를 배워야 스윙을 제대로 몸에 익힐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사십 대 중반에 골프를 시작하고도 로우 싱글을 치는 주말골퍼들이 꽤 있다. 그러므로 신빙성 있는 말이라고 보긴 아무래도 어렵겠다.
또 하나, 골프를 시작한 첫 해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말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내 경험상 그것은 정답에 가깝다. 골프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피땀 흘려 연습하지 않으면 골프 스윙은 결코 몸에 익지 않는다. 한때 유행했던 1만 시간의 법칙이 골프스윙에도 딱 들어맞는다. 생각해 보면 땅바닥에 놓인 공을 골프 클럽을 휘둘러 쳐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동작은 우리가 그동안 익혀온 운동 메커니즘으로 구현해 내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골프를 시작한 첫 해 연습장을 정말 열심히 다녔다. 평일에도 일이 끝나면 잠시라도 연습장에 꼭 들렀고, 주말에는 두 세 타임씩 끊어서 연습에 매진했다. 그때 내가 머리와 몸으로 깨우친 골프 기본원리는 간단했다. 헤드 무게로, 올바른 스윙 궤도로 볼을 쳐야 한다는 것이 원리의 전부였다. 그 생각에만 몰두해 연습을 했다. 토대를 먼저 탄탄히 다져야 그 위에 튼튼하게 집을 지을 수 있는 법이다. 대단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내 스윙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6개월쯤 연습을 하고 나자 불현듯 골프스윙이 만들어졌음을 깨달았다. (물론 그것은 그때의 생각과 만족이었을 뿐……현재에 이르기까지 나는 스윙을 바꾸고 가다듬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그 어렵다는 타이틀리스트 머슬백 아이언에 차돌멩이 같던 공이 찰떡같이 맞아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통은 환희로 승화된다. 늦은 밤 불을 환하게 밝힌 연습장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연습하는 대한민국 주말골퍼들은 모르긴 몰라도 다들 그 환희에 얼마쯤 중독돼 있으리라.
아내 J(이하 J)는 세 달 전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운동이라면 소질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해 온 J는 연습장에서 볼 치는 일에 한창 재미를 찾아가는 중이다. 골프를 통해서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고들 말한다. 골프를 하게 되면 잘 치든 못 치든 그것이 인생과 닮아 있다고 느끼게 된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하지만 그만큼 얻는 게 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J는 세 달 만에 드라이버 쿼터스윙까지 레슨 진도를 뺐고, 그 어렵다는 인 투 아웃(in to out) 스윙궤도를 만들어 냄으로써 나를 놀라게 했다. J가 골프를 함으로써 느낄 성취감과 행복감은 앞으로 무궁무진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거기에는 깊은 고뇌와 좌절이 늘 함께 할 것이겠지만. 앞으로 적어도 1년은 골프연습에 매진할 것을 권한다. 양탄자 같은 녹색 잔디가 깔린 골프장, 파란 하늘 위로 날아가는 흰색 골프볼이 주는 치유감은 그다음에야 따라오는 보너스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