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 사실 말야에 답하다

<사실 나도>

by 배혜린


사실 말야

거울 앞에만 서면

네가 먼저 떠올라


이 옷엔 어떤 말을 입어야

오늘 너의 갈색 눈에

내가 따뜻하게 남을까 고민하다가

벌써 해가 반쯤 기울어 있더라


또 늦었지

근데 너 앞에서

조금 더 좋아 보이고 싶었어

그게 진심이란 걸

네가 알아주면 좋겠어


나도 알아

기초 화장에, 대충 묶은 머리

그런 나를 너는 잘 어울린다고 했지

근데 너는 몰라

내가 그렇게 나일 수 있었던 건

네가 있었기 때문이야


우리는

서로를 맞추는 퍼즐이 아니라

그냥 나란히 놓아도

예쁜 그림이 되는 그런 사이


웃을 땐

네가 만든 리듬 따라

나는 자꾸 네 안에서

빛나고 있어


사실 말야

너랑 같이 걷는 그 길 위에

내 모든 이유가 놓여 있었어


그러니까 다음엔

네가 조금 늦어도 괜찮아

나는 기다리는 시간마저

너랑 어울린다고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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