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가 빨리 번아웃에 빠지는 이유

젊은 직장인과 이직 상담을 하다 보면 기성세대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부딪힙니다. 입사한 지 몇 년 밖에 안된 사원급 직장인이 번아웃에 빠져 퇴사했다는 하소연을 듣곤 합니다. 그래서 워라밸을 따질 수밖에 없다고 대답합니다.


번아웃은 그야말로 불에 타버린 재처럼 더 이상 타오를 수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에너지와 감정이 완전히 소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감과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입니다.


과거에는 최소 10년 이상 죽을 만큼 일을 해야 40대에 찾아오는 육체적 정신적 탈진 정도로 기성세대는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겪는 일이고 잠깐 쉬면서 재충전을 하면 회복할 수 있는 증후군으로 여겼기 때문에 요즘 MZ세대들의 조기 번아웃 호소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힘들게 입사한 회사를 금방 그만두는 MZ세대들이 마냥 편하게 자라서 정신력이 약한 것은 아닌지, 끈기와 인내심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MZ세대가 나약하고 철없는 세대로 보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LG경영연구원의 곽연선 연구원이 펴낸 책 『번아웃 세대』에서 MZ세대의 조기 번아웃이 단순히 개인의 특성이나 잘못이 아니며 집단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증후군’으로 정의를 내렸습니다. 방치된 번아웃은 우울증, 공황장애, 두통, 복통 등 심각한 건강 문제로 번질 뿐 아니라 심한 경우 과로사, 자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왜 MZ세대를 번아웃 세대로 부를까요? 정부에서 발표한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적·육체적 무기력 상태인 번아웃을 경험한 청년은 32.2%에 달했습니다. 번아웃의 원인으로는 '진로 불안'이 39.1%로 가장 많았고, '업무 과중'(18.4%), '업무에 대한 회의감'(15.6%), '일과 삶의 불균형'(11.6%)이 뒤를 이었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진로 불안으로 인한 번아웃 비중이 높아 취업난과 맞물린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러면 MZ세대가 번아웃 세대가 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MZ세대는 어릴 때부터 과도한 경쟁 속에서 자라고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이미 많은 학업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학업 번아웃 상태에서 회사에 입사하니 불과 몇 년 만에 업무 번아웃에 빠지고 맙니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무려 16년 이상 몸과 마음이 잿더미처럼 타버렸기 때문입니다.


산업화 시대에 태어난 기성세대는 고도성장기에 대학 졸업장만 있어도 쉽게 취업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대규모로 채용하여 취업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축복받은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요즘 MZ세대는 저성장이 고착화되어 일자리가 감소하고 신입사원 공채도 줄어들어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입니다. 경력직 수시 채용이 점차 확대되면서 졸업 후에도 계속 취업재수생으로 도전하여 1년 만에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는 다반사입니다. 인턴은 물론 1~2년간 직장생활을 한 후 중고신입으로 재도전하는 일도 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세대가 일찍 번아웃에 빠지는 MZ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할지 모릅니다.


이외에도 MZ세대에게 빨리 번아웃이 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업무량이 많아 과로하거나, 업무에 비해 적은 보상에 불만을 갖거나, 남들과 비교하여 연봉과 복지 등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완벽주의 성향에 따른 불안과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작용하거나, 자산 양극화로 인한 부의 불평등으로 좌절하는 등 많은 요인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MZ세대가 번아웃을 겪게 되면 업무에 대한 동기 부여가 저하되고, 냉소주의 같은 부정적 업무 태도를 보이며, 지각과 결근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이런 현상들이 심화되면 결국 퇴직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에는 조용한 퇴사를 하게 됩니다. 이는 물리적으로 퇴직하지 않았지만 받는 만큼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심리적 퇴사를 의미합니다.


조용한 퇴사가 회사에 만연하면 개인을 넘어 조직과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심리 상담, 명상 프로그램 지원, 휴게실과 운동시설 같은 복지 제공 등은 개인에게 번아웃의 원인을 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리더와 구성원 간의 주기적 소통이 중요하며, 리더의 지지와 공감이 필요하고,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인정, 조직 재설계 등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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