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사랑이야기들. 스크린 속 영화에서도, 네모상자 속 드라마에서도, 라디오 속 노래에서도, 심지어 무수한 책 속 이야기에서도. 사랑을 본다. 우리가 사랑의 존재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는 사랑이다.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으로 죽는다. 에로스적인 사랑이든 아가페적 사랑이든 우리는 존재 자체가 사랑이다. 사랑없이는 태어날 수 없고 사랑없이는 살 수가 없다. 죽음 마저도 사랑 안에서 존재한다. 흙의 존재로 태어나 흙의 존재로 돌아가는 것이니. 이 또한 우주의 사랑 안에서 죽음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랑없이 사는 걸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전쟁터에서도 사랑이 꽃피는 걸 우린 본다. 재난 상황 속에서도 사랑이 우리를 살리는 걸 경험한다.
얼마 전 온 나라를 공포로 만들었던 대형 산불도 사랑으로 이겨낸다. 십시일반 성금을 모으고 너나 할 것없이 산불을 끄기 위해 기도한다. 그 사랑이 불이 내뿜는 뜨거움을 물리치고 차가운 방패막이가 되어 사람들을 살린다. 사랑이다.
부부가 나란히 걷는 모습을 본다. 손을 가볍게 잡으며 걷는 뒷모습에 잔잔한 사랑이 흐른다. 평생을 함께 해온 믿음의 사랑이 두 사람을 통과하여 손으로 연결된다. 사랑이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아기를 꼭 안고 있는 아빠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웃어야지.' 마음 먹지 않아도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 세상 행복 다 가진 자의 풍요로움. 환한 빛이 아기와 그 엄마에게. 아기와 그 아빠에게 비춘다. 사랑이다.
태어남도 자라남도 지금 이 순간이 있는 것조차 사랑이다.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사랑 안에서만 가능하다. 태어남도 자라남도 지금 이 순간 숨을 쉬고 있는 것조차 사랑 안에서만 가능하다.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다는 식상한 표현조차 진실이다.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이므로!
무수한 사랑 중에 내가 진실로 사랑한 것은, 아니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망설임이 필요없다. 아이이다. 내 아이이다. 지금도 내 앞에서 나를 바라보며 무슨말인가를 조잘거리고 있는 내 아이. 엄마에게 무수한 잔소리를 퍼붓는 잔소리 대마왕 울 아이.
이 아이가 나를 선택하여 배 속에 자리를 잡는 그 순간부터 아이는 사랑의 존재다. 사랑으로 피어나 엄마와 아빠에게 온 소중한 존재. 아이는 생명과도 같다.
"맘마, 엉아."
옹아리 소리에 심장이 뛴다.
"엄마, 이것 좀 봐."
아이 향한 손끝에 작은 벌레를 보며 생명을 느낀다.
"엄마, 친구들이랑 놀러 가기로 했어."
커가는 키만큼 생각이 자라나는 것을 보며 마음이 찡해짐을 느낀다.
"엄마, 내 목표는 서울이야. 서울로 갈 거야."
졸업 후 더 큰 세상으로 나간다는 너의 큰 꿈을 보며 우주의 사랑을 느낀다.
가장 진실한 사랑.
나와 함께 태어나 나와 함께 숨쉬고 나와 함께 연결되어 자라난 소중한 생명. 세상에 당당히 제 존재를 알리며 태어난 귀중한 생명. 내 아이.
신이 나에게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나에게 아이는 생명이기에. 나에게 아이는 사랑이기에.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다는 식상한 말조차 사랑으로 다가옴은! 내 진정 우리 아이를 사랑함이다. 목숨보다 더 중한,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흔한 노랫말조차 식상하지 않는, 아니 그 식상함 조차 사랑으로 다가오는! 아이는 사랑이다. 사랑 그 자체다.
오필리아처럼
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