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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를 이탈하고 싶다.

일상의 너머

by 김성수


집을 나선다.

익숙한 골목을 지나

늘 같은 정류장에 서면,

같은 시각에 마주치는

이름 모를 동행들.

그러나 나는 오늘,

늘 걷던 길이 아닌

다른 골목으로 접어들고 싶다.

늘 타던 버스가 아닌

다른 노선에 몸을 싣고,

낯선 풍경과 스치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싶다.

어쩌면 이 작은 경로 이탈이,


익숙함이라는 일상 너머에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또 다른 나를, 데려다 줄지 모르니



월요일 아침, 지하철 스크린도어 앞에 서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출근하기 싫은 사람은, 저뿐일까요?"

딱히 회사가 싫은 것도, 상사가 밉살스러운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저, 스르륵 열리는 반대편 지하철을 타고 훌쩍,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이 마음.

아마, 익숙함이 주는 권태,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주는 무료함 때문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반대편의 유혹을 애써 외면하고, 굳건히 '일상'이라는 이름의 지하철에 몸을 싣습니다.


오늘 아침, 그 작은 전쟁에서 승리한 세상의 모든 '출근러'들에게,
마음속으로 뜨거운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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